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시작된 '제1차 북핵 위기' 관련 비화들을 담은 외교문서들이 공개됐다.

외교부가 1993년에 작성된 '생산 후 30년 경과한 비밀해제 외교문서' 2306권, 37만여쪽을 29일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에는 1993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한국 외교가가 바쁘게 움직이며 외교교섭을 벌인 내용이 담겨있다.

북한은 93년 3월 12일 NPT 탈퇴를 선언했고, 9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우방국이 이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였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한승주 당시 외무장관은 93년 3월 미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논의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 압박을 벌이자고 설득했다.

당시 미국측은 중국이 북한이 IAEA의 사찰을 수락하도록 압력을 가할 거라며,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북한과의 직접 접촉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93년 6월 2일 미국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고위급회담에 나섰다.

갈루치 차관보는 우리측에 "북측이 현재 운용 중인 원자로와 건설 중인 핵무기 관련 시설을 모두 폐기할 용의를 표했다"면서 "비핵화를 향한 진전으로 볼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긍정평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우리 외교당국은 북한 측이 경수로 방식 전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지연전술 책동"이라고 우려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