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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일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세상의 발견'

등록 2024.03.30 18:21

수정 2024.03.30 18:23

[한 문장 일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세상의 발견'

/봄날의책 제공(예스24 캡처)

"가슴에 사무치는, 맑은, 죽음이 드리운 봄은 내가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나는 해마다 봄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 나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반짝이는 봄비를 맞는다. 나는 나의 존재를, 타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것은 그들의 권리이고, 그들이 없다면 나는 살지 못할 것이다."

- '나는 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겨울을 벗지 못한 몸에 한순간 봄이 들이닥칠 때, 나는 그 계절의 폭력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무력함을 느낀다. 봄은 나와 무관하게 이미 여기에 와 있고, 정확히 그것이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이다.

작가로서 리스펙토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또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에게 세계는 그 자신이었고, 사랑해야 할 타자였으며, 피할 수 없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봄비였다. 그가 스스로의 문학을 일종의 참여문학이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그가 연대하는 자로서 세상과 접촉했음을, 그렇게 "삶이라 부르는 것에 매달"렸음을 느낄 수 있다.

오렌지를 태어나게 한 나무를 축복할 줄 알았던 사람. "인간과 동물의 삶에 대해 해야 할 말을 문장으로 완성했을 때 기쁨으로 가슴이" 뛰던 사람.

쓰는 자로서 그는 사랑하기를 멈춘 적 없었다. 사랑하는 자로서 쓰기를 멈춘 적 없듯이.

 

[한 문장 일기]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세상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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