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대통령의 옷깃과 소매

등록 2024.04.22 21:50

수정 2024.04.22 22:12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만난 박정희 대통령이 창밖의 새를 가리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내 신세가 저 새와 같습니다."

직선제 요구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집사람은 총에 맞아 죽고, 이런 절간 같은 데서 오래 할 생각 없습니다."

김 총재는 차마 다그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김영삼 대통령을 만난 뒤 말했습니다.

"칼국수를 내놨는데 대통령 말을 듣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영수회담 주도권은 대통령이 쥐기 마련"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과 일곱 차례 영수회담을 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후회와 분노, 통탄뿐"이라고 했지요.

"제가 먼저 나서 정부 여당에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영수회담을 요청해 머리를 맞대고…"

이재명 대표는 여덟 차례 영수회담을 제의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묵묵부답했지요. 국민의힘은 '방탄 전략' 이라고 받아쳤습니다.

그러던 집권 2년 만에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요청해 성사시킨 것은 괄목할 변신입니다.

총선 참패 후 국민 앞에서 '송구하다'는 말조차 없었던 대통령이니 말입니다. 참모의 입을 빌린 '전언 사과'에 이르러선 암담했습니다.

그날 대통령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단둘이 네 시간을 만났습니다. 홍 시장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거칠게 공격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선거 참패를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고 감쌌지요. 그런 홍 시장과의 긴밀한 회동은, 대통령이 패배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느냐는 의구심을 불렀습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23퍼센트로 추락했습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드러난 직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25퍼센트보다 낮습니다.

소통도 협치도, 대통령이 현실을 절박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풀어갈 수 있습니다. 그 첫 물꼬를 영수회담으로 터야 할 기로에 섰습니다. 전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비롯해 의제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두머리를 뜻하는 '영수(領袖)'는 옷깃(領)과 소매(袖)에서 나온 말입니다. 옷깃을 여미는 몸가짐, 옷깃처럼 넓은 아량, 소매를 걷어붙이는 긍정과 능동으로 결실을 맺어냈으면 합니다.

4월 22일 앵커칼럼 오늘 '대통령의 옷깃과 소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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