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이제 정치하겠다

등록 2024.04.23 21:52

수정 2024.04.23 22:14

"최고의 친구가 있나요?"
"예, 각하."
"당신보다 똑똑한가요?"
"예."
"친구에게 목숨을 걸 수도 있습니까?"
"예!" 

대통령이 각료에게 묻더니, 곁에 있는 비서실장 들으라는 듯 말합니다. 

"(내게는) 그런 친구가 비서실장입니다." 

대통령으로부터 신뢰와 권위를 부여받은 비서실장이 유능한 실장이 됩니다. 레이건과 부시, 2대에 걸친 비서실장 베이커가 그랬습니다.

클린턴은 기자들의 백악관 집무 공간 출입을 막아버렸습니다. 국민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대중 연설과 '타운 미팅'을 다녔습니다.

'풋내기 아마추어'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취임 다섯 달 만에 지지율이 30퍼센트대로 폭락했습니다. 클린턴은 공화당 레이건의 공보실장이었던 거겐을 모셔왔습니다.

백악관 취재 통로를 다시 열었습니다. 언론 관계를 정비하고, 브리핑의 양과 질을 개선했습니다. 클린턴은 매일 의회와 소통하고 설득했습니다. 일곱 달 만에 지지율을 58퍼센트로 끌어올렸습니다.

신임 정진석 비서실장은 '정무형' 실장입니다. 두루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참신하다고 하기는 어렵지요. 대통령실에 결여됐던 소통과 정무 기능을 되살리려는 인사로 풀이됩니다.

대통령과의 친분은 동전 앞뒷면입니다. 격의 없이 민심을 전하리라는 기대와,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엇갈립니다.

정 실장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 관점에서 말씀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성공과 실패는 대통령이 바뀌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브리핑 룸에 거듭 찾아와 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소개한 대통령이 눈길을 잡아당겼습니다. 밝은 얼굴로 1년 다섯 달 만에 기자 질문도 받았습니다.

"(대통령께서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허허허!"
"궁금한 거 없으시죠?" 

'대통령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는 보도처럼 "더 많이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했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멀리 불빛을 봅니다.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대통령의 변신이,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기를 기대합니다.

4월 23일 앵커칼럼 오늘 '이제 정치하겠다'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