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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칼럼 오늘] 문간에 한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

등록 2024.04.24 21:53

수정 2024.04.24 22:04

테러범들에게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탈취당한 대통령이 부통령에게 몰래 전화를 겁니다.

"쥐에게 쿠키를 주면…"

테러범의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부통령이 답합니다.

"우유를 한 컵 내놓으라고 하겠지요."

베스트셀러 그림책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한번 맛 들이면 갈수록 더 맛있는 걸 원한다'는 뜻이지요.

사막을 가던 낙타가 날이 저물자 천막 주인에게 부탁합니다.

"밖이 추워요. 멋지고 따뜻한 텐트 안으로 코만 밀어넣으면 안 될까요."

부탁을 들어주자 야금야금 머리와 목, 다리와 몸까지 들이밀어 천막을 차지합니다. 주인은 쫓겨나 한데서 밤을 지샙니다.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에 물들어 거덜난 나라가 한둘이 아니지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도 이번에 좀 만나면 이런 얘기를 주로 해야…"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 초대를 받은 날, 맨 앞에 올린 의제가 전 국민 25만 원 지원입니다. 이 대표 요구대로 1인당 25만 원, 가구당 백만 원씩 주려면 13조 원이 필요합니다. 그 돈을 추경 예산을 편성해 마련하랍니다. 또 빚을 지라는 겁니다.

우리는 빚내서 빚 갚는 나라입니다. 올해만 27조 원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하는 형편입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국가 부채를 4백조 원이나 불려놓은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이 대표는 대만도 지난해 25만 원씩 지급한 예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건, 반도체 호황 덕에 엄청나게 걷힌 초과 세수를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 3분의1을 현금으로 나눠준 겁니다. 우리 형편이 지금 그런가요.

온 세계가 코로나 때 현금을 뿌려, 불붙였던 인플레이션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 살인적 물가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25만 원이 민생을 되살릴 수나 있겠습니까.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그런데도 기어이 관철하겠다는 속뜻이 궁금합니다.

쿠키 먹으면 우유 먹고 싶은 법입니다. 코만 넣는 걸로 시작해 결국 천막을 무너뜨리는 낙타를 생각합니다.

중독성 강한 포퓰리즘의 침범은, 아예 문도 열어주지 말고 딱 끊는 게 상책입니다.

4월 24일 앵커칼럼 오늘 '문간에 한 발 들여놓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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