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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난 2년 반, 남은 2년 반

등록 2019.11.12 21:48

수정 2019.11.12 22:21

꼬리도 없이 괴물처럼 크고 못생긴 이 물고기, 이름이 뭘까요. "몰라 몰라"라고 하셨다면 정답입니다. 학명이 '몰라 몰라' 거든요. 포항 어시장에 가끔 나오는 개복치입니다. 쫄깃한 껍질과 흐물거리는 살을 삶아먹는다고 합니다.

미국 연구팀이 이 개복치로 권력의 속성을 실험했습니다. 수족관 하나에는 개복치만 넣어두고, 또 하나에는 더 큰 물고기들과 함께, 나머지 하나에는 더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뒀습니다. 그랬더니 작은 물고기를 상대했던 개복치가 지배적이고 공격적이 됐다고 합니다.

신경심리학에서는 그렇듯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뇌가 바뀐다고 말합니다. 신경전달물질과 남성호르몬이 솟구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함부로 권력을 휘두른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라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전반을 돌아보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웠고 정의 가치를 확산시켰다"고 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의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환히 보이는 것들에 대한 성찰은 없었습니다. 앞서 청와대 평가도 자화자찬 일색이었고, 집권당은 "지난 2년 반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를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말했던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에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나라'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말이긴 합니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 대변인은 "곳간에 있는 작물을 쌓아두면 썩는다"고 했습니다. 지금 나라 살림이 곳간의 곡식이 썩을 지경으로 흥청망청하는 태평성대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하나같이, 반환점을 돌고 난 하산길도 계속 등산길처럼 가겠다는 큰소리뿐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크게 다치는 내리막입니다. 눈과 귀를 열어, 위보다 아래를 보며, 다른 길을 찾지 않고 함부로 뛰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역대 정권이 숱하게 보여줬습니다.

시선 이백은 거드름을 피우며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권력의 행태를 '말 귀에 스치는 동풍'에 빗대 탄식했습니다. 그 '마이동풍의 시대'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11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지난 2년 반, 남은 2년 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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