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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유튜버·페이스북 인플루언서 '제보자X'…법원과 검찰만 행방 모른다?

등록 2021.01.20 17:38

수정 2021.01.20 17:39

구독자 4만 6천 명의 유튜버, 저자, 인기 페이스북 인플루언서….

일명 ‘제보자X’로 ‘채널A 사건’을 MBC에 제보한 지모 씨는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 씨는 채널A 사건을 제보한 당사자지만, 끝내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그러자, 법원마저 지 씨의 증인 채택을 포기해 버렸다.

 

[취재후 Talk] 유튜버·페이스북 인플루언서 '제보자X'…법원과 검찰만 행방 모른다?
지 씨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구독자 4만 6000여 명에 후원까지 받고 있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법원과 검찰만 지 씨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유튜브 캡처


● 재판부 “소재파악 못해”...채널A사건 ‘제보자X’ 증인 채택 결국 불발

서울중앙지법원은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판을 15일 열고 지 씨의 소재조사촉탁 결과를 공개했다.

법원은 “지 씨가 현 주거지에 거주하지 않고 월세도 안 낸 상태다”며 “지 씨를 찾을 수 없고 소재파악이 힘들어 형사소송법 314조에 따라 진행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대신 지 씨의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법원이 내세운 형사소송법 314조는 무엇일까.

<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이 법률은 증인이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법정에 출석해 진술 할 수 없을 경우 검찰 조서 등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원은 그동안 5차례나 증인 출석을 요구했지만 지 씨는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만 제출한 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 씨가 감옥에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이 전 기자와 관련해 전한 내용이 지 씨가 검찰에서 밝힌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이 전 기자 측은 주장하고 있다.

지 씨가 이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과 이 전 대표가 증언한 내용이 일치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 씨는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해야 법정에 증인으로 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지 씨의 억지라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공소사실에 한 검사장의 공범 여부는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 씨의 거주지에 우편만 보낸 채 “증인소환장이 계속 ‘폐문부재(송달한 집에 사람이 없는 경우)’로 송달이 안 됐다”며 지 씨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지 씨의 행방을 법원과 검찰이 전부 찾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

 

[취재후 Talk] 유튜버·페이스북 인플루언서 '제보자X'…법원과 검찰만 행방 모른다?
지 씨가 12일 MBC 장모 기자, 이 모 변호사와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장 기자는 지 씨가 '채널A'사건을 제보한 당사자이다. 16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의사국가고시 합격 소식에 ‘의사 가운을 찢고 싶다’고 말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을 비난하는 글을 게시했다. 지 씨는 하루 평균 10개 이상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 “판례상 증인이 고의로 출석을 안 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어”

이 전 기자 측은 증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한 뒤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증언을 거부하면 그 증인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2018도13945)를 근거로 든다.

지 씨는 ‘채널A'사건을 MBC에 제보한 결정적 증인이다.

대법원은 2019년 11월에 내린 판결을 통해 “이유 없이 증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잘못됐다”고 밝혔다.

먼저 대법원은 형소법 314조에 명시된 경우와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해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염려가 되는 경우, 의사·변호사 등 업무상 위탁받은 사실로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았을 경우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형소법 148, 149조).

하지만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없이 증언을 거부한다면 수사기관에서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왜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한 것일까?

먼저,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이 전 기자 재판부의 결정대로라면 검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한 뒤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잠적을 해 버릴 수도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또 뇌물죄, 정치자금법위반죄, 마약, 조직폭력범죄, 성범죄 등 물적 증거가 처음부터 약하거나 증인의 증언만이 사건의 결정적 실마리일 경우 법정 증언을 하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형소법 314조도 계속 변화해 왔다. 314조는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 할 수 없을 때’에서 '사망, 질병, 외국거주, 소재불명‘으로 구체적 항목이 추가되면서 불출석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증인이 이유 없이 불출석 했을 경우 이를 제재할 규정은 다소 약한 것이 사실이다.

형사소송법 제161조 1항에서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나 증언을 거부할 때에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이기 때문에 증인으로서 마음대로 증언을 거부하거나 피고인이 과태료를 대신 내주겠다며 증언거부를 회유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법원, 검찰만 지 씨 행방 몰라...이 전 기자 구속 만료일 다음달 5일

대법원 판결을 보면 검찰과 법원 모두 잘못이 있다. 법원은 지 씨의 자택에 우편만 보낸 후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받아들인 것이 문제고, 검찰은 구인장이나 전화로 지 씨를 설득해 증인으로 세워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검찰 조서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지 씨를 법정에 세웠어야 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법원의 증거 채택에 대해 계속 법리적으로 다투고 의견서도 제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취재후 Talk] 유튜버·페이스북 인플루언서 '제보자X'…법원과 검찰만 행방 모른다?
/ 연합뉴스


이 전 기자의 구속 시한 만료일은 2월 5일이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10월 7일 보석을 신청했지만, 아직 보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결국 구속 만료일이 다가왔다. 이 전 기자의 다음 공판일은 27일 오전 10시다. / 백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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