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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성추행 구체적 행위 공개 안 한 정의당, 왜?

등록 2021.01.26 11:38

김종철 성추행 구체적 행위 공개 안 한 정의당, 왜?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왼쪽)와 정호진 대변인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당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도중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당은 25일 김종철 전 대표의 같은 당 장혜영 의원 성추행 사실을 공개하면서, 피해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배복주 젠더인권본부장이 "면담 종료 후 나오는 길에서 김 대표가 장 의원에게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을 뿐이다.

김 전 대표는 입장문에서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행했다"고 이실직고 했다.

배 본부장은 이날 자정쯤 본인의 SNS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며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피해 사실은 성추행이다. 가해자가 명백하게 인정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행위를 밝히지 않는 것은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 해버린다"고 우려했다.

사건 발생 당시 식사 자리에서의 음주 여부도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술을 마셨으면 왜 술자리에 갔냐고 추궁하고, 술을 안 마셨으면 왜 맨정신에 당하냐고 할 것"고 지적했다.

가해자에 대해서도 "술을 마셨으면 술김에 실수하고 가해 행위를 축소시키고, 술을 안 마셨으면 피해자를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냐고 가해자를 옹호한다"고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성추행 사실을 알리는 첫 발표 자리에서도 "음주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해 말하기 어렵다"고 했었다.

반면 피해자를 실명 공개한 것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가진 가치와 주어진 정보를 고려하여 선택, 결정하는데 이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 지원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1차 가해에 대한 정확한 사실 공개와 함께 법적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성 문제를 넘어 가해자인 김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까지 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피해자가 문제 해결 시 원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며 그 결정은 정의당 차원에서 가해자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 범죄가 비(非)친고죄라는 점에서 제3자의 고발도 가능하지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수사를 하는 것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가해자의 사과 수준에 대해서도 "회피나 원망, 변명, 억울함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성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변화를 위한 노력과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배 본부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 비위 논란 당시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의 공동 대표를 맡아 피해 여성을 돕기도 했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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