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이재명, '先 의제조율' 접은 배경은?

등록 2024.04.26 21:08

수정 2024.04.26 21:12

[앵커]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협의가 잇따라 빈손으로 끝나면서 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냔 얘기까지 나왔지만, 결국 만남은 이뤄지게 됐습니다. 전격적으로 영수회담이 성사된 배경은 뭔지, 또 어떤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정치부 최원희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민주당은 그동안 어느 정도 의제의 갈래를 타고 만나자는 입장이었는데, 왜 갑자기 바뀐 건가요?

[기자]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입니다. 사전에 최고위원들과도 상의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 대표 발언이 있기 전 아침까지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은 "의제 없이 만나겠다는 태도가 불량하다"고 하는 등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를 쏟아냈습니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결단하는 이미지와 함께,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대안정당 대표의 모습을 보여주겠단 전략이 깔려 있는 걸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가 양보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끌려가는 형국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윤 대통령으로서도 회담 제의 자체가 나름의 결단이었는데 오히려 이 대표가 이슈를 주도하는 상황이 됐어요. 이 대표는 어제 조국 대표와의 만남을 먼저 제안했다고 한 것도 그렇고, 확실히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겠단 인상이 드는데, 두 사람의 만남, 실제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기자]
객관적인 상황만 보면 녹록지 않습니다. 일단 이번 회담을 바라보는 양측의 속내가 다릅니다. 대통령실로선 불통 이미지를 깨기 위해 야당 대표까지 만나려 한다는 소통 노력 자체가 중요해 보이고요. 이 대표에겐 국정기조 전환이란 성과를 이끌어 내 명실상부한 야권의 차기주자 이미지를 굳히겠단 속내가 엿보입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포함해 의제마다 대통령의 확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하지만 거론되는 의제 하나하나가 대통령으로선 무조건 들어주기 어려운 것들이잖아요. 여당과의 관계도 있고요. 합의점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겠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제의 경우, '입법독주'를 예고하고 있는 야당에 맞설 유일한 견제수단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무조건 행사하지 않겠단 약속도 하기 어려울 겁니다. 대통령실이 일단 '듣겠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속내가 반영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단 예정된 회동 시간이 1시간이잖아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그나마 민생지원금 정도가 현실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의제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정부로선 가뜩이나 고물가가 고민인데다, 민주당 역시 규모나 지원 대상 축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 마저도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첫 회담에서 특정 의제에 대한 합의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접근법보다는 추가 영수회담 또는 회담 정례화 같은 논의의 틀에서 가시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정치라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쪼록 두 사람이 오랜 만에 진짜 정치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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