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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취재후 Talk] 물징계 이끌어낸 강정호의 '영민한' 선택

등록 2020.05.26 11:47 / 수정 2020.05.2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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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죽는 날까지 후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1년 유기실격 징계가 나온 뒤 소속사를 통해 밝힌 강정호 선수의 소감입니다. 사뭇 비장합니다.

지난 반응과는 좀 다르긴 했습니다. 강정호는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강남경찰서에 출두한 지난 2016년 12월 취재진에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야구 잘하면 '알아서' 용서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앞선 두 번의 음주운전도 그래서 구단 내에서 '알아서', '조용히' 넘어간 거고요.

하지만 그런 대처는 정말 시대착오적이었죠. 비열한 금메달보다 감동적인 동메달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요즘 세상이니까요.

#물징계

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음주운전 세 번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에 대한 '1년 징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팬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이들 KBO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고, 심지어 청와대 청원까지 나왔습니다.

#소속 구단 배제의 효과

강정호는 어차피 키움 구단으로 돌아와야합니다. 하지만 키움을 통하지 않고 징계를 해달라고 KBO에 직접 요청했습니다. 구단은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강정호를 데려다가 쓰고 싶어도 계약하고 KBO에 등록한 뒤 징계를 받아내는 과정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세 번째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때 강정호는 KBO 소속이 아니었죠. 당연히 KBO에서는 리그 소속 선수도 아니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선수를, 미리 징계할 수가 없었고요. 강정호가 개인 신분으로 징계를 요청한 것은 결과적으로 키움의 부담을 확 덜었습니다.

#'판례' 분석

야구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 제제 규정에 '음주운전 3회 이상은 3년 이상의 실격 징계를 받는다'고 돼 있습니다. 강정호가 국내에 복귀하고 싶다고 언론에 알려왔을 때 이 규정을 근거로 3년 이상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들 많이 생각했죠.

하지만 이 규정은 2018년에 개정된 겁니다. 강정호의 세 번째 음주운전은 2016년이고요. 당연히 소급 적용이 어렵습니다. 강정호측은 이 점을 잘 활용했습니다. 그렇다면 '판례'가 중요하지요. 다음은 규약 개정 이전의 KBO 소속 선수 음주 운전 관련 징계 사례입니다. 출전 정지 기간만 모았습니다.

2013년 넥센 김민우-3개월,넥센 신현철-4개월
2015년 LG 정찬헌-63경기
2017년 LG 윤지웅 72경기
3년 징계, 어렵습니다. 형평성에 관련한 소송 소지가 있습니다.

2018년 규약 개정 이후도 음주 운전 관련 징계는 조금 강해졌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2019년 LG 윤대영-50경기, SK 강승호-90경기, 삼성 박한이-90경기

#상벌위원회 구성도 '공략 포인트'

상벌위원회 구성이 바뀐 것도 강정호가 '물징계'를 얻어내는데 일조했습니다. 지금 상벌위원회는 법조인 2명, 경찰 1명, 야구인 2명, KBO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전처럼 야구인들만이었다면 '정서법'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KBO는 그렇게 '정서적'으로 일 처리를 하는 곳이 아니란 얘기죠. 그래서 '판례'가 중요하고, 향후 소송 등에 대한 고려가 이들 상벌위원들에게는 크게 힘을 발휘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어차피 비난 받는 것은 감수해야하는 것이고요. 전략이 좋았네요. / 김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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