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법원 선고 후 기자회견
이재명 경기지사가 결국 '무죄'를 받았습니다. 수사부터 재판까지 거의 2년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 이 지사의 형수 박 모 씨가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할 때부터 15일 열린 대법원 선고까지 모두 현장에 있었습니다.
사실 법리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많아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약간의 '의역'이 있을 수는 있지만. 최대한 쉽게 무죄를 받게 된 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이 재판의 가장 큰 포인트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미수'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자신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켰다'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팩트는 이 지사는 강제 입원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지사 형은 그의 부인이 입원시켰습니다. 2014년 부곡 정신병원에 이 지사가 아닌 '형수'가 입원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지사의 형은 2017년에 정신질환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친형 강제입원이라고 언급될까요? 앞에서 이 지시가 강제입원을 안 시켰다고 했는데. 정확한 표현은 '못 시켰다'가 맞을듯합니다.
이 지사는 2012년 분당구 보건소장에게 자신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도록 지시·독촉합니다. 입원 서류를 준비시키고 청원 경찰 2명을 동원해 형의 집 앞에 앰뷸런스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건소장은 구 모 씨에서 이 모 씨로 바뀌기까지 합니다.
어제 박상옥 대법관도 "이재명 지사가 형에 대한 강제 입원을 지시하고 독촉한 사실이 인정됩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입원 지시는 결국 실행되지 못합니다. 이 지사가 명령을 취소 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사는 취소한 이유에 대해 "여론이 시끄러워질 것 같아 관뒀다"라고 설명합니다. 당시 보건소 직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결국 이 지사의 강제입원 시도는 '미수'에 그칩니다.
그리고 '무죄'를 받습니다. 분당구 보건소장이 어쩌면 무죄의 1등 공신인 이유입니다.
이재명 1심 재판 '긴장하는' 출석
작년 5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 판결문입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다"
이재명 지사는 친형을 강제입원시키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이 지사가 '미수범'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검찰도 기소 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이 지사가 친형 입원 시도 중 내린 '개별 지시'를 모두 직권남용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지사가 친형 입원을 시도하며 보건소 공무원들에게 '서류를 만들게 한 죄' '청원경찰 2명을 동원한 죄' '앰뷸런스를 불러 친형을 태우려 한 죄' 등을 직권남용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결국 1심 법원은 "개별 지시에 대해 전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라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은 2,3심 법원에 모두 똑같이 적용됐습니다. 대법관 12명 의견도 만장일치였습니다. 적어도 이재명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 죄'에서는 '법리상' 무죄가 확실합니다.
이재명 2심 재판 '여유로운' 출석
작년 9월 2심 재판에서 반전이 나옵니다. 벌금 300만 원. 당선 무효형입니다. 1심에서 완벽한 무죄가 나왔던 터라 놀랐습니다. 당시 현장 기자 누구도 예상 못 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2심 결심 공판 때 취재진들은 "무죄가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같은 질문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속보를 준비했는데. 선고가 끝나기 3분 전까지 '이재명 지사 2심도 무죄'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특히 2심 선고 날은 당시 가장 '핫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가 진행 중이라 속보가 나갈 틈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선고 전 마지막 3분.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이재명 당선무효형' 회사 데스크들도 뜬금없는 속보에 다들 놀랐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심 판결문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일부 숨기고 반대되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말했다"
결국 또 '친형 강제입원 미수'가 문제가 됐습니다. 이 지사가 토론회에서 이 부분을 말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된 겁니다.
2018년 3월 경기지사 선거 전 MBC 토론회 이재명 지사의 발언입니다.
"우리 김영환 후보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은 거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앞에도 말했듯이 이 지사가 친형 '입원'을 '시도'한 것은 사실입니다. 강제였는지 적법 절차였는지는 해석이 갈리더라도. 분명히 이 지사는 자신의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준비를 했습니다.
이 지사는 "어머니까지 위협할 정도로 형의 정신 질환이 심해서 어쩔 수 없었다"라고 재판에서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은 자칫 '친형 입원 시도에 자신은 아무런 관여한 바가 없다'로 들릴 수 있습니다.
2심 법원은 이 부분을 결국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한 겁니다. 또 3심에서 대법관 박상욱·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5명도 소수의견으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법관 소수 의견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을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토론회에서 너도 나도 불리한 부분은 숨기려 할 것이고. 결국 선거에서 TV 토론회의 힘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법원이 '허위 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보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혼란이 올 수 있고. 선거 공정성 훼손이 올 수 있고. 오히려 수사기관이 선거법을 자기들 편한 대로 해석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법관 7명 다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김재형·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스코어 7 대 5. 만약 김 대법원장의 판단만 반대였다면 이 지사는 위험할 뻔했습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이렇습니다. 토론회에서 질문과 답변이 즉흥적으로 오갔고.이 지사가 앞에서 언급한 친형 강제 입원의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실 짧은 시간이 주워지는 토론회에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기도 벅찬데. 이 지사가 미주알고주알 친형 강제 입원을 시키려다가 보건소장이 반대했고. 가족들은 위협받고 이러쿵저러쿵하다 결국 미수에 그쳤다. 이렇게 말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당시 이 지사를 공격했던 김영환 후보의 노림수대로 변명만 하다 토론이 끝났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대법원 다수 의견은 다소 과장이나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을 속일 생각은 없었고. 합리적 판단하에 자신의 문제점을 소극적으로 말한 것에 불가했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어제 판결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재명 지사의 토론회 발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국 이재명 지사의 무죄를 이끈 1등 공신은 분당구 보건소장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이 지사의 강제 입원 지시·독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거부한 보건소 직원들이 무죄를 이끌었습니다.
"가족 동의 없는 정신병원 입원 시도는 나중에 분명히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독촉·지시를 거부했던 그들에게 이 지사는 상이라도 줘야 할 겁니다.
만약 이 직원들이 지시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 지사는 지사직을 지키기 어려웠지 않았을까요. 아니 어쩌면 구치소에 갈 뻔했습니다.
"패륜적 범죄" "인권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자행하고도 반성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 지사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벌금 600만 원을 구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이 지사가 정말로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켰다면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사의 형수는 "남편이 강제 입원 협박에 정신질환이 심해졌고 결국 사망했다"라고 주장 중이기도 합니다.
검찰의 공소장은 형수의 주장과 내용이 비슷하고 이게 유죄였다면 정말 무서운 범죄로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부하 직원들의 진심 어린 충정(?)으로. 이 지사는 정신 병원에 친형을 입원시키지 못하고 '미수범'이 됩니다.
만약 이때 조금이라도 입원 절차가 더 진행됐다면 허위사실 공표는 물론 직권남용 혐의도 법원은 훨씬 더 엄격하게 판단했을 겁니다.
지도자 입장에선 부하 직원의 '반대 의견'이 다소 거슬릴 수 있습니다.
"이런 말 안 듣는 총장과 일해 본 장관이 없다"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새삼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
추미애 장관이 지난달 민주당 초선 의원을 모아두고 호기롭게 하신 말입니다.
말 안 듣는 법무부 밑에 일개 외청장인 윤석열 총장. 추 장관 입장에서 많이 탐탁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말 안 듣는 직원' 덕분에 직권남용을 피하고. 지사직은 물론 이제 대권 행보까지 올랐습니다.
앞으로 모든 지도자들이 부하 직원들의 소리도 경청해보면 어떨까요? 그 소리가 본인을 구하는 '생명의 소리' 일 수도 있습니다. / 주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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