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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깐부들의 각자도생

등록 2021.10.14 21:49 / 수정 2021.10.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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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열여섯 살 김혜수와 스무 살 박중훈이 데뷔했던 영화의 제목 '깜보'는 지금 중장년 이상 남성들에게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주는 호칭입니다.

놀이 재산인 구슬과 딱지를 공유했던 단짝을 그렇게 불렀지요. 깜부 깐부 가부 갑오까지 다양했던 동심의 은어를 '오징어 게임'이 다시 불러냈습니다.

1번 참가자의 이 대사 덕분입니다.

"우리는 깐부이고, 깐부끼리는 니꺼 내꺼가 없다"

하지만 공동운명체 깐부의 약속도 범죄세계에선 물거품 같은 것입니다.

학자들이 두 공범이 각자 심문받는 상황을 실험해봤습니다.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적은 형을 살겠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 수 있을까요. 결과는 대개, 자기만 빠져나가려고 둘 다 자백한다는 겁니다. 서로를 불신하고 저만 살려다 함께 망한다는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입니다.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의 각자도생 이전투구가 점입가경 목불인견입니다. 형님 동생 하며 '단군 이래 최대 수익률'을 올린 장본인들이, 수사가 시작되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사업을 설계했다는 회계사는 자기네 대화를 녹음해 검찰에 건넸습니다. 화천대유 김만배씨는 그가 "동업자를 감방에 많이 보낸 저승사자"라고 했습니다.

자금 조달을 맡았던 변호사는 미국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김씨가 "진짜 거짓말을 많이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의 '그분'이 유동규 전 본부장은 아닐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우리들끼리는 형, 동생이었고 가장 큰형은 김만배 씨였다"고 한 겁니다.

김 씨가 네 살 아래 유 씨를 그렇게 깍듯이 불렀겠느냐는 얘기지요. 7백억 원을 나눠줘야 한다는 천화동인 실소유주, 이른바 윗선이 따로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부를 수밖에 없는 말이지만 그 윗선의 존재에 대해선 나는 그저 업자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천화동인이라는 이름 역시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배운 김씨가 붙였다고 합니다. '동지들이 들판에 모여, 함께 큰 강을 건너니, 군자가 바르게 하면 이롭다'는 주역 괘에서 따왔지요. 그런데 동지들의 군자 같지 않은 행실을 보면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화천대유도 물 건너간 듯합니다.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의 뇌물혐의 액수만 750억 원에 이릅니다. 아직은 혐의일 뿐이지만 '단군 이래 최대 뇌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연일 주장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이익 환수'하고는 영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깐부들의 오징어 게임이 어떤 결말로 끝날지는 이 넉 자가 말해줍니다. 사필귀정.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돌아가기도 하지만 세상일은 결국 이치를 찾아가기 마련이니까요.

10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깐부들의 각자도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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