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첨단산업 국가 우선주의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왜 논란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업체에게 51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준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마냥 반길 일이 아니라고요?
[기자]
조건을 내걸었는데, 하나하나가 전부 민감한 사안입니다. 기업 내부 정보도 공개해야 하고 많이 벌면 이익도 나눠야 하고 중국에 투자도 못 합니다. 직원 복지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조건이 많이 달린 보조금이군요. 기업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인가요?
[기자]
네, 우선 예상보다 이익을 많이 내면 지원금의 최대 75%를 토해내야 하는데요, 이 '예상보다'라는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걸 따지려면 장부를 공개해야겠죠. 또 국가안보기관에 시설 접근권을 제공하라는데, 어디까지 보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기업의 모든 영업활동을 다 들여다보겠단 얘기입니다.
[앵커]
보조금을 받는 순간, 중국에 신규 투자도 못하고요?
[기자]
네, 그런데 기존 공장도 설비 투자가 계속 필요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0%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주완 /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
"현실적인 걸 따져야 되는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중국에 있는 시설들을 그냥 포기하고 나올 수 있는 만큼의 규모가 아니에요.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은 보조금 포기하는 게 현실적이고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삼성전자도 미국에 그런 대규모 투자를 할까…."
[앵커]
듣고보니 굳이 보조금을 받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하나 싶은데요?
[기자]
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태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한국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민주당 하원의원 연찬회)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국이 왜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최고경영자(CEO)가 뭐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고 가장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앵커]
기업들 입장이 난감하겠는데요?
[기자]
네, 그래도 받는 게 낫다, 아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미국의 반도체법이 큰 틀에서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이승우 /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반도체는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문제가 아니고 인공지능과 관련이 있는 것이고요, 인공지능은 결국 국방력이랑 관계가 큰 거죠. 미국이 왜 이렇게 무리한 행위를 하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이거는 자국의 패권, 국익에 직접 연관되는…."
[앵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조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요?
[기자]
네, 공화당 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도 비판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의 경영비용만 증가시켜서 결국은 미국내 반도체 시설을 확충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이달 안에 세부 조건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 정부는 미 정부와 협상을 할텐데요, 우리 기업들도 일단 지켜보겠단 입장입니다.
[앵커]
미중 갈등에, 신냉전에, 기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군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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