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CSI] "50만원이면 작가로"…영세 문예지 '등단 장사'에 멍드는 문학계

등록 2023.05.17 21:34 / 수정 2023.05.17 22:01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앵커]
신인 작가가 신문사나 문예지 공모전에 당선돼 문학 활동을 시작하는 걸 '등단'이라고 합니다. 작가로 인정받는 관문처럼 인식되다 보니, 공모전을 주최하는 일부 문예지들이 등단 조건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 기자가 영세 문예지의 이른바 '등단 장사'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발행 주기도 종류도 제각각이지만, 문예지마다 빠지지 않는 건 신인문학상 공모전입니다.

당선되면 정식 문인으로 등단할 수 있다는 홍보에, 공모작 접수도 연중 수시로 이뤄집니다.

실제 공모전을 열고 있는 문예지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등단 문의를 하자, 일단 접수하면 원고 손질까지 해준다며 비용을 요구합니다.

A문예지 관계자
"등단은, (작품) 한 번 보여주시면, 제가 봐가지고 고쳐줄 수도 있어. 일단 (등단비는) 한 120~130(만 원). 그러니까 우리는 책을 팔아먹는 거야."

이 같은 등단비 요구에 응모한 작가 지망생 상당수가 등단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B씨 / 시인 지망생·30대
“많이 충격이었던…. 오히려 투고한 사람이 돈(등단비)을 내야 된다는 구조는 적절하지 못한 행태가 아닌가….”

과거에 썼던 개인 자기소개서를 고쳐 한 문예지 신인문학상 공모전 수필 부문에 직접 응모해 봤습니다.

발표 전날 해당 문예지로부터 당선 예정 통보와 함께 등단비 안내가 이어지고,

C문예지 관계자
"내일 2시에 최종 당선자 명단에 (당)선될 것 같아요. 50만 원이 되겠죠. 안내된 계좌로 송금 주시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등단의 이점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C문예지 관계자
"정식 수필가로서 작가로서 길을 걷게 되고 스펙이 추가되니까. 이력서라든가 무슨 책을 출간하면 (도움 돼요)…."

심사비 20만 원에 작품이 실릴 문예지 30권을 구매하라면서 총 50만 원을 내라고 했는데, 입금을 망설이자 비용을 깎아주겠다고 흥정합니다.

국내 등록된 문예지 720여 종 가운데 상위 40곳 정도를 빼면 대부분은 영세 업체로, '등단 장사'는 이미 문학계 내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민우 / 한국출판학회 이사
"결국에는 '순수문학'이라는 허상을 판매하고 돈을 버는 거고, 손쉽게 돈으로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과 합쳐져서 등단 장사가 만들어지는 거죠."

정부는 일부 영세 문예지의 관행적인 등단 장사 실태를 알지만 단속 근거가 없다며 문학계 자정 노력부터 강조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
"(영세) 문예지들이 그렇게 하는 거를 저희가 어떤 거기에 관련 법이 정비된 것도 아니고…."

순수문학 작가 명함마저 돈으로 팔고 사는 '등단 장사'로 등단을 꿈꾸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의 꿈과 노력이 멍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탐사대 송민선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