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취재후 Talk] 기재부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등록 2024.04.26 14:06

수정 2024.04.26 14:12

■'1분기 성장률 1.3%'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이었습니다. 애당초 0% 중반대 성장이 점쳐졌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는 한껏 고무됐습니다. 이례적인 백브리핑까지 열고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차디찬 민생경제와 대비돼 여기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취재후 Talk] 기재부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지난 24일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문자 메시지


■기재부의 숟가락 얹기

지난 24일, 오후 7시 44분이었습니다. 기재부로부터 문자가 날라왔습니다. 다음 날인 25일에 윤인대 경제정책국장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관련해 백브리핑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GDP 속보치를 발표하는 건 한국은행으로, 기재부가 여기에 대해 백브리핑을 하는 건 지금까지 없었던 이례적인 사례였습니다.

윤 국장은 백브리핑 서두에서 "기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거 같아 설명하러 내려왔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은에서 해오던 발표와 설명을 놓고 기재부 기자단이 브리핑을 열어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성장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니 이에 고무된 기재부도 숟가락을 얹으러 왔다고 보는 게 저의 시각입니다. 평소 기재부가 이렇게 친절하게 기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던 적은 잘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잘 나와서 티를 좀 내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설명을 하러 왔다"라고 하는 게 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취재후 Talk] 기재부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

기재부의 짧은 설명자료에서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교과서적인 성장경로'입니다. 재정에 기대지 않고 민간 주도로 성장한 모범적인 사례라는 뜻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기재부 관련 뉴스에 '교과서적인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었는지 찾아봤습니다.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경제원로들이 기재부에 "경제 교과서에서 벗어나라"라고 조언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1분기의 성장이 교과서적인 성장이었다면 그전까지 우리가 성장한 건 비교과서적인 성장이었다는 뜻일까요? 누구나 세상 사는 게 교과서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멋들어진 문구가 필요했을까요, 이걸 보면서 '낯이 뜨겁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후 Talk] 기재부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자료


■'다 좋다'는 기재부 vs '신중한' 한은

기재부가 만들어온 자료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수출도 호조세가 전망되고, 내수도 회복이 예상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자료만 보면 우리 경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다 회복되고, 걸림돌이 없는 것 같이 보였습니다.

자료를 요약하면, 성장률 전망치도 올릴 수 있고 민간 소비도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에다 순수출 기여도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고 설비투자도 회복, 정부 기여도가 낮은 것도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반면, GDP 속보치를 직접 발표한 한은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었습니다. 민간 소비가 완전히 회복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총선으로 인한 지출 증가 등 일시적 요인도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보인 내수가 지속될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고, 이런 성장세가 계속 유지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정책 당국자에게 바라는 건 숫자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좋을 땐 좋은 상황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하고, 나쁠 땐 부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진중한 태도입니다.
 

 

[취재후 Talk] 기재부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감경기와의 온도차

서울 광화문 앞에 가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좋아졌으니 곧 국민들의 삶도 나아질 거라 말한다면 얼마나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직 체감경기는 바닥입니다. 깜짝 성장을 피부로 느끼기엔 둘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성장률이 잘 나올수록 체감경기와의 괴리를 더 벌어집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경제 지표는 좋다는데 왜 체감이 안될까'하는 의문이 나올 겁니다. 지금 생각할 건 지금의 성장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성장세를 확대하고,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로도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경제 지표가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게 낫습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의 시선이 향할 곳은 성장률 속보치가 아니라 민생 경제입니다. 중동 사태, 환율, 물가, 국제 유가 등 위험 요인은 수두룩합니다.

최선의 상황을 바라면서 최악에 대비해야지, 희망회로만 돌리면서 호실적에 웃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