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앵커칼럼 오늘] 병영의 악몽

등록 2024.05.28 21:51

수정 2024.05.28 22:02

"전역했다고, 전역했다고… 내가 왜 다시 돌아가냐고!"

한 달 전 제대했는데 입대하라는 문자가 옵니다. 항의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거 꿈일 거야. 이거 꿈이지. 그치, 맞지? 이거 꿈이지, 그치?"

'병장 이하의 계급으로 돌아다녀보라. 방한복 외피에 수통을 달고…'

시인 황동규는 몸이 아프거나 불길한 예감이 들때면 꼭 군대 꿈을 꾼다고 했습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선임하사에게 정강이 '쪼인트'가 까이는 악몽에 5년 넘게 시달렸다고 했지요. 같은 과 젊은 교수는 프랑스로 유학을 갔더니 논산훈련소였다는 꿈을 오래 꿨다고 합니다.

시인이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갔습니다. "일등병 놈이 왜 이리 점잖지?" 하며 쥐어박혔습니다. 행동이 굼뜨다고 완전 군장에 연병장 스무 바퀴를 돌기도 했습니다.

'스물일곱의 원주, 횡성. 그 배고프고 을씨년스럽던 깡통 계급장 시절…'

입대 열흘밖에 안 된 훈련병이 20킬로그램 넘는 완전 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돌았습니다. 팔 굽혀 펴기를 하다 다시 달렸습니다. 안색이 나빠서 병사들이 현장 간부에게 보고했지만 무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쓰러져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리도 가혹한 벌을 받은 걸까요. 간밤에 생활반에서 떠들었다며 군기훈련, 얼차려를 시킨 거랍니다.

군 훈련 규정은 완전 군장 구보를 금지합니다. 걷기만 해야 합니다. 팔 굽혀 펴기도 맨몸으로 하게 돼 있습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싶습니다.

지난주에는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이 숨졌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글을 올렸습니다.

'제발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요.'

황망 중에도 '같이 훈련 받았던 어린 훈련병들이 트라우마 없도록 해주시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 군대 보낸 어머니들은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길 가다 어린 군인들을 보면 애틋해서 자꾸 바라봅니다. 아들이 제대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어머니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악몽을 꾸지 않는 군대, 부모는 조바심하지 않는 병영. 이런 꿈은 영영 실현되지 않는 걸까요.

5월 28일 앵커칼럼 오늘 '병영의 악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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