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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골프'에 후배 동원한 해군 보급창장, 거절하자 "죽고싶냐"…감사원 "해임 요구"

등록 2024.09.19 15:29

수정 2024.09.19 16:19

아내 '골프'에 후배 동원한 해군 보급창장, 거절하자 '죽고싶냐'…감사원 '해임 요구'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소속 부대원에게 금품을 상습 요구하고 주말 골프모임 참여를 강요하는 등 갑질일 일삼아온 해군 보급창장이 해임될 처지가 됐다.

해군 보급창은 해군의 급식이나 군복 같은 군수품 보금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감사원은 19일 해군본부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앞서 TV조선은 지난 6일 해군 보급창장 A씨가 현역 대령 시절, 평소 골프를 좋아하는 아내가 라운딩을 나갈 때 후배 보급장교들에게 함께 나가달라고 요구했다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날 이같은 '골프 사역'에 소령 2명과 중령 4명 등 총 6명이 동원됐다고 공개했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3개월간 각각 적게는 5회, 많게는 32회에 걸쳐 골프에 동원됐다.

군 골프장을 주말에 예약하려면 현역 군인이 필요한데 자신이 가지도 않은 라운딩에 후배를 대신 동원한 것이다. A씨의 지시를 거절하면 "정신교육을 시켜야겠다"라는 식으로 겁박을 했다.

감사원이 공개한 SNS 대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추석 대체공휴일이었던 2022년 10월 10일 후배에게 "8일, 10일 선수가 없을 듯하니까 니가 이틀 다 시간 비우고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후배가 "저도 바쁘긴합니다"이라고 하자 "죽고싶냐"며 비속어를 섞어 압박했다.

토요일이 아들 생일이라 골프 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후배에게는 "아들 생일이랑 골프치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 일요일에 파티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며 참여를 강요하기도 했다.

골프에 동원된 한 소령은 감사원에 "주말 골프모임이 반복되다 보니 시간적,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으며, 주말부부인데 본가에 가지 못해 배우자와 자주 다투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소속 부대원의 근무 평정과 인사 추천 등 자신의 직위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골프채와 정장용 명품 구두, 고가 운동화 등 총 239만여 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한 후 수수했다.

더욱이 골프 후에 가진 저녁식사 비용을 외상 처리한 후 평일에 간담회 등을 개최한 것처럼 꾸며 업무추진비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해군 예산이 유용된 횟수는 18차례, 321만 여원에 이른다.

A씨는 전역 뒤 군무원 신분으로 군에 복귀해 보급창장에 임명됐으며, 현재는 직무 배제된 상태다.

감사원은 해군참모총장에게 A씨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해임을 요구했다.

이 밖에 이번 감사에서는 해군이 군 소유 호텔의 예식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관리위탁하는 과정에서 업체에 과도한 수익 배분 기준(수익 배분 비율 60∼70%)을 적용한 사실도 적발됐다.

수탁자인 업체는 지난해부터 2032년까지 투자 수익이 투자금의 2.5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 수탁자인 이 업체는 해군이 지급한 재료 구입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적 용도로 사용한 금액을 해군에 영업 운영비로 부정 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감사원은 해군에 국유 재산 관리위탁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하고, 계약 조건을 위반한 수탁자와 계약 해지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해군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사안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군은 A씨에 대해 "현재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징계절차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다른 감사결과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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