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 산산이 부서진 여객기 잔해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라는 단일 원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사고 당시 영상을 살펴본 해외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설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체가 동체착륙을 하는 모습이 단순한 조류 충돌의 결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기체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는 주요 브레이크 시스템인 랜딩기어(착륙 바퀴), 플랩(고양력장치), 엔진 역추진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활주로에 내린 뒤에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독일 루프트한자의 파일럿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조류 충돌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랜딩기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랜딩기어가 내려온 상태에서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면서 "조사를 통해 더 자세한 전후 상황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도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즉시 엔진이 멈추는 것이 아니므로 조종사들에게 대응할 여유는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공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항공 전문가인 그레고리 알레지는 "어째서 사고 기체의 속도가 그렇게 빨랐을까. 어째서 플랩은 작동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랜딩기어는 내려오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물론 조류 충돌이 여전히 가능한 사고 원인 중의 하나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지만 조류 충돌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은 지 1분 만에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하고, 이후 불과 4분 만에 사고가 난 급박한 상황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당혹스러워 한다.
'에어라인 뉴스' 편집장인 항공 전문가 제프리 토머스는 "한국의 항공사들은 업계 내에서 최고 수준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사고 기체와 항공사 모두 훌륭한 안전 기록을 보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