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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정호 앵커칼럼] '뜬금없지만…'

등록 2017.06.02 20:25 / 수정 2017.06.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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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왕산 자락에 거대한 돌무덤이 하나 있습니다. 고대 가야연맹 맹주였던 가락국의 마지막 왕 구형왕이 묻혔다는 사적(史蹟)입니다. 그런데 사적 이름이 ‘전(傳) 구형왕릉’입니다. 이야기만 전傳)해올 뿐 기록이 없어서 왕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보신 것처럼, 가야는 역사에서 잊힌 이름입니다. 삼국사기에 가야사를 빼놓은 탓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가락국을 세운 김수로왕은 김해 김씨 시조이기도 합니다. 김해 김씨 종친인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김수로왕릉을 참배합니다. 천명 넘게 모인 종친들에게 인사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 건 가락국 멸망 1500년만에 경사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서 “가야사 복원은 우리 모두와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김대중 정부가 시작한 가야사 복원사업은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지다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복원을 지시했습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왜 지금 이걸 할까, 국민이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한 듯 합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 국정기획자문위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그래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수석들도 놀랐던 모양입니다. 

“가야사?”

문 대통령은 지역감정 해소의 방안이라고도 합니다. 

“가야 유적이 호남에도 있어 영호남 벽을 허물, 좋은 사업”

이 소식은 당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가 제일 먼저 반겼습니다. 문 대통령은 “아마추어 역사가가 꿈”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학자들에게 맡겨두는 게 어떨까 합니다. 학문적 필요성과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정당성을 얻지 않겠습니까.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반대할 때 내세웠던 이유를 돌이켜봤으면 합니다.

앵커칼럼 ‘뜬금없지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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