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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창, 꿈의 비상

등록 2018.02.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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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전 올림픽 성화가 인천공항에 내린 날, 여든여덟 살 노교수가 성화를 들고 인천대교를 뛰었습니다. 임경순 단국대 명예교수입니다.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 첫 스키선수로 출전했던 분이지요.

광복 후 그는 누군가 쓰다 버린 벚나무 스키로 연습을 했습니다. 리프트가 없어서 한 시간 넘게 산을 오르고 나면 정작 스키는 타기도 전에 탈진하곤 했답니다. 속도 줄이는 장치가 닳아버려 스키에 대못을 박고 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평창이었습니다.

1990년대까지도 우리 겨울 스포츠는 쇼트트랙과 몇 종목을 빼곤 불모지나 다름 없었습니다. 평창에서 나고 자란 김현기를 비롯해 네 명의 소년이 스키점프를 시작했을 때도 훈련 시설 하나 없었습니다. 소년들은 청년이 되도록 막노동과 놀이동산 광대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키점프를 했습니다. 찢어진 점프복을 기워가며 경기에 나섰습니다. 영화 ‘국가대표’로 잘 알려진 사연입니다.

대한민국이 처음 참가했던 올림픽이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입니다. 그로부터 꼭 70년이 지난 오늘 우리 땅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생 모리츠에서 빙속 한 종목, 세 명이었던 선수가, 열다섯 개 전 종목, 백 마흔네 명으로 늘어나 종합 4위를 겨냥합니다.

우리 스포츠가 동계올림픽과 함께해 온 70년 궤적은 곧,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성취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스키 원로 임경순 교수는 "경기 시설도, 후배들 실력도 남부럽지 않으니 맘껏 뛰어 보라"고 했습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스키점프 김현기와 최서우는 여섯 번째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다시 꿈을 안고 날아오릅니다.

그렇듯 모든 선수가 메달 숫자와 빛깔을 떠나 여한 없이 펼치는 명승부를 보고 싶습니다. 저마다 흘려 온 땀과 눈물에 그보다 값진 훈장은 없을 겁니다.

2월 9일 앵커의 시선은 '평창, 꿈의 비상(飛翔)'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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