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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옥류관의 추억

등록 2018.10.30 21:43 / 수정 2018.10.3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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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송강호가 용의자 박해일에게 툭 던진 명대삽니다. 듣기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됐는데 송강호가 궁리해낸 즉흥 대사였다고 하지요. "밥이 목으로 넘어 가느냐"는 말은 "양심이 있다면 밥 생각이 나겠느냐"는 모욕적 꾸짖음입니다.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면 그보다 참담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평양 정상회담 때 함께 방북했던 우리 기업인들이 옥류관 냉면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아니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이런 얘길 했어요…"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남북 간에 속도를 냈으면 하는 측면에서" 한 말 같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속도란 경제협력을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백 번을 양보해도 우리 기업인들이 이런 모욕적인 말까지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대북 제재에 몰려 남북 경협이 아쉬운 쪽은 북한입니다. 우리 기업인들에게 간절히 부탁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빚 독촉하는 빚쟁이처럼 위세를 부린 겁니다. 염치를 잃은 북한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우리 통일부장관 상대역인 리선권의 최근 언행들은 남북관계가 어떻게 기울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냉면 먹다 봉변당한 기업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이기 앞서, 북한이 손님으로 모신 우리 대통령 수행원입니다. 평양 정상회담 끝난 지 40일 됐습니다. 통일부 장관은 이 일을 어떻게 짚고 넘어갔는지 반드시 국민들에게 밝혀야 합니다. 핵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북한보다,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국민의 눈에 더 참담하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0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옥류관의 추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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