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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건희

등록 2020.10.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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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구한다더니 결국 구했군!"

카지노 부호, 알 파치노가 삼성 휴대폰을 치켜세웁니다.

"삼성이 만든 명품" "이건 달라. 삼성이거든"

흥행대작 '매트릭스'는 협찬 간접광고로 1편에 노키아 휴대폰을 등장시켰다가 2편에서 삼성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이 뉴욕을 날아다니는 장면에 삼성 광고판이 7초 동안 비친 것은 광고가 아니었습니다. 예전 영화 속 '메이드 인 코리아' 이미지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 듭니다. 

"뒷면을 봐.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쓰여 있을 걸…" "사람들 보는 데서 이딴 걸 타고 돌아다니란 말이에요?"

그랬습니다. 산업화 시대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싸구려 이미지를 면치 못했습니다. 일류, 일등이라는 호칭은 우리 몫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런 한국을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끈 승부사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었습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창조적 파괴와 뼈를 깎는 혁신으로 삼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이 회장은 초기 휴대폰, 애니콜 15만대를 불태운 뒤 새 제품에 이런 글귀를 새기게 했습니다.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 그의 집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일본 10대 전자회사 전체의 두 배에 이르는, 진정한 극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밖으로 움직이기보다 안으로 몰입하는 사유형 경영인이었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그를 만난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활발하지도 능란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섬세하고 치밀하고 스스러워하는 면모에서 창조적 감성을 느꼈다” 마음을 기울여 개를 사랑했던 그가, 사장들 중에 보신탕 먹는 사람 이름을 적어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혼을 내려나 보다 했더니 이렇게 덧붙이더랍니다. "개를 한 마리씩 사줄 생각" 이라고 말입니다.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그가 겉으론 차갑지만 안으로 따스했다고 전합니다. 늘 곁에 뒀던 선대 이병철 회장의 휘호 '공수래 공수거'처럼, 그가 빈손으로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어록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이 말을 들겠습니다.

"기업은 이류, 관료는 삼류, 정치는 4류."

1995년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남긴 말입니다. 25년 전이지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는 어떠냐고, 떠나는 그를 붙잡고 묻고 싶습니다.

10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이건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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