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체

[포커스] 5년간 600여건…근절은 말뿐, 반복되는 군 성폭력

  • 등록: 2021.06.02 21:26

  • 수정: 2021.06.02 21:31

[앵커]
군은 어느 집단보다 기강이 중요한 곳이지만 일단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폐쇄적인 조직 문화때문에 밖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군내 성폭력이 심각한 건 바로 그래서일 겁니다. 상관의 회유에 못 이기는 경우도 많을 것이고, 공동 책임을 면하기 위해 대충 조사하고 서둘러 덮어버리려는 속성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피해자를 두번 울리고 더 기가 막히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포커스는 '근절되지 않는 군내 성폭력' 문제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숨진 공군 중사의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오열합니다.

딸을 잃은 비통함에 어머니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故 이 중사 어머니
"억울한 거 풀어줄게. 엄마가 용기낼 테니까…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죠."

서욱 국방부 장관
"초동 조치 분야, 또 2차 가해 분야, 또 지휘관으로서의 조치 등을 낱낱이 밝혀서…"

하지만 이런 다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도 육군 부대의 한 장교가 회식 자리에서 부하 여군을 성추행했는데, 자칫 묻힐 뻔했던 사건은 상황을 보다 못한 주변 사람이 피해자를 대신해 신고하면서 알려졌죠.

2017년 5월에는 해군 여성 대위가 대령에게 성폭력을 당한 후 괴로워하다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유가족은 "군은 문제를 은폐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해 공분을 샀죠.

국방부는 지난 2015년 성추행이 한 번만 적발돼도 가해자를 퇴출시키는 내용의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이 시스템이 유명무실했다는 반증인 셈이죠.

2018년에는 '성범죄 특별대책 TF'까지 만들어졌지만, 2016년부터 5년간 모두 600건이 넘는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죠.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단속하고 대책을 세우고 군에서 하는데도 불구하고 (건수가) 줄어들지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 군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 향후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폐쇄적인 상명하복식 문화에서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는 것도 어렵지만, 어렵게 신고를 해도 조직적 무마와 회유에 대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무엇보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 재발방지 대책만 반복하지 않으려면 병영문화를 인권 친화적으로 시급히 개선해야 합니다."

군은 휴대전화를 통한 익명 고충처리시스템을 만들고, '국방헬프콜' 운영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말뿐인 개선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