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참석하는 '청년과의 간담회' 개최를 위해, 원래 이 행사장을 사용할 예정이던 청년들의 예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청년들의 민심을 듣겠다'는 행사를 마련하면서, 행사와 관계없는 다른 청년들을 내쫓은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 청년 민심 행사장에서 내쫓긴 청년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의 첫 일정으로 서울 영등포구의 청년 복합문화공간인 무중력지대에서 청년 간담회를 열었다.
송영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울과 부산 출신 청년당원 25여 명으로부터 "조국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 건가", "민주당이 공정과 정의를 본질부터 배신했다" 등 쓴소리를 들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날짜에는 청년들 5명이 먼저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무중력지대 측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대관 일정을 확정한 후 기존에 예약했던 청년들에게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해당 청년들 입장에선 불과 하루 전 갑작스럽게 계획이 무산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청년은 무중력지대 영등포 SNS에 "청년을 위한 공공시설이냐, 여당 행사를 지원하는 관변시설이냐"는 비판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섭외한 청년들 때문에 기존에 예약했던 청년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해 조성된 공간인 '무중력지대'는 만 19~34세 청년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사전 예약과 현장 예약을 거쳐 개인 공부와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무중력지대 영등포의 경우 자치구 민간위탁으로 운영 중이다.
무중력지대 영등포 SNS
■ "내부 시설정비"라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무중력지대 측이 공지한 취소 사유는 "내부 시설정비로 인한 전체 휴관"이었다. 하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영등포구청도 "실제 시설정비는 없었다"고 인정했다.
무중력지대 영등포 센터장은 "'시설정비'를 실제로 했던 건 아니"라면서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보니 그렇게 표현하게 됐다. 부적절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영문도 모른채 쫓겨났던 청년들은 뒤늦게 제대로 된 사실을 통보 받게 됐다. 무중력지대 측은 TV조선이 취재에 들어간 지난달 28일 오후부터 예약이 취소됐던 청년들에게 한명 한명 양해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년들에게 민주당의 공정과 정의,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을 듣는 장소에서조차 또다른 '내로남불'을 실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중력지대 영등포 1층(위)과 2층(아래). / 무중력지대 영등포 홈페이지
■ 민주당 행사는 2층인데 1층 행사 취소…'과도한 의전'도 논란
송영길 대표가 참석하는 청년 간담회는 무중력지대 2층에서 개최됐다.
예약을 일방 취소당한 청년들 5명이 사용을 계획했던 공간은 1층이다. 당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를 위해, 별도 공간의 예약을 취소하고 건물 전체를 '통으로' 비운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관 과정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해당 시설에서 알아서 처리한 것으로 당은 전혀 몰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영 의원은 "집권 여당을 향한 서울시 산하 센터의 과도한 의전이 부른 참사"라며 "말로만 공정을 외치면서 아무렇지 않게 청년을 희생시키는 또다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 홍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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