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취재후 Talk] 30대 이준석과 60대 윤석열, 그리고 80대 김종인

등록 2021.06.11 18:58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 조선일보 DB·연합뉴스

36살 당수(黨首)가 탄생했다. 제1야당에서 '30대 대표'는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3차례 낙선한 '0선'이다.

멀리 서구에서 39살에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이나 30대에 총리가 된 산나 마린(핀란드), 레오 바라드카(아일랜드), 저신다 아던(뉴질랜드)과 비교하기도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선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나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등 3040 정치인이 떠올랐지만, 아직 수장(首長)의 자리까진 이르지 못했다.

38선 너머 이북에도 37살의 '당수'가 있긴 하지만, 3대 세습으로 물려받은 자리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국 정치사에 생경한 광경을 던져준 30대 당수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자신의 '거친 생각'과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국민'을 언급했다. 그가 인용한 이 노래가 발표된 2000년 당시 그는 15살 학생이었다.

스스로 인정한 대로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이 그에게 놓인 과제이자 도전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미 골백번 망한 야당은 대선 9개월을 앞두고 '더 이상 질 순 없다'는 위기의식에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가 될 모험을 택했다.

칠순을 앞둔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떠나기 직전 그에게 전화해 "큰 일 하셨다"고 격려했다. 진심어린 대통령의 축하와 무관하게 여권 안팎에선 벌써부터 '큰일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수회담을 하든, 여야회담을 하든, 심지어 당내 중진연석회의를 하든 일단 '그림'부터 '비대칭전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배워온 이 나라 정치판에서 어느새 '나이'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같은 표현도 젊은이가 하면 신선하다는 반응이, 중후한 중진의 발언엔 '꼰대같다'는 비난이 돌아온다. 장유유서(長幼有序)란 훈계는 어느 순간 '금기어'가 됐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젊은 이미지'의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나이'만 내세운 수많은 해외 정치스타들이 몰락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해 10년간 산전수전 겪은 이준석에겐 '젊음'에 비해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헌정사를 새로 쓴 이준석의 성패는 결국 내년 3월 대선에 달렸다. 윤석열이든 다른 누구든 일단 야당 후보를 당선시킨다면, 그는 42살이 되는 2027년 대선에 도전할 강력한 정치적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환갑의 나이로 현재 야권 1위를 달리는 유력주자 측에서도 이번 격변을 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불안한 눈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3040 지지율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정 경쟁'을 내세운 이준석은 취임 회견에서 "윤석열이라는 사람도 우리 당에 합류하면 그의 생각이 갇히지 않은 상태로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탄핵에 대한 입장이나 공무원으로서 행한 여러 수사에 대한 입장에 갇히지 않고도 우리 당에 들어올 수 있다면 우리의 지형은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두 달 전까지 대표직을 수행했던 팔순의 노정객은 일찌감치 "차라리 이준석이 낫다"며 그의 승리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그는 "기성 정치인들이 얼마나 국민에게 배척을 받았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겠느냐"며 "그 의미를 냉정하게 생각해야 당의 발전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기자와 만난 그는 내년 정권교체 가능성을 70%로 전망하면서 이준석의 당면 과제로 당내 반발과 중진들의 견제, 그리고 대선후보 선출 방식 등을 제시했다. 이미 한국 정치사에 큰 변동이 생겼지만, 결국 이준석의 운명은 대선에 걸렸고, 패배할 경우 자신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멜팅팟'(melting pot) 대신 '비빔밥'을 주창한 이준석은 윤석열이든 홍준표든 안철수든 최재형이든 모두 당에 들어와서 경쟁하라는 입장이다. '김종인 초빙'에 대한 질문엔 "초빙할지 말지 걱정하는 게 의아하다"며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상의해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권 안팎에선 30대 당대표, 60대 대권주자, 80대 선대위원장이란 이 기이한 조합 가능성을 놓고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분위기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조합이 우여곡절 끝에 안착한다면 그 파괴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다. 나름 고집 센 세 사람이 쉽게 힘을 합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정치권 뉴스는 좋든싫든 '이준석'으로 도배될 전망이다. 그가 하는 말과, 그가 만나는 사람, 그가 사용하는 도구 모두 조명을 받게 되고, 또 평가가 따르게 된다. 모든 순간이 '시험'이자 '기회'다.

야당의 현재와 미래를 '백지'로 만들어낸 그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가게 될지는 결국 그의 말대로 '변화에 대한 도전'과 '전쟁 같은 치열함'에 달렸다. / 김정우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