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체

[취재후 Talk] 尹 캠프의 오락가락 공지…아직도 '서초동 총장님'

  • 등록: 2021.08.11 09:49

  • 수정: 2021.08.11 11:24

좌 :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사진출처: 국회사진기자단) / 우 :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겸 윤석열 캠프 정책자문단 경제분과 간사
좌 :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사진출처: 국회사진기자단) / 우 :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겸 윤석열 캠프 정책자문단 경제분과 간사

윤석열 캠프에서 최근 40일 간격을 두고 발표된 두 입장문이다.

▶"경제자문총괄에 김소영 교수를 영입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6월 30일)

▶"경제 분과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간사로 전문가 7명이 참여하고 있다" (8일 10일)

TV조선은 지난 6월 30일 "윤석열 캠프가 경제정책 자문총괄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비판해온 김소영 서울대 교수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방송 30분만에 윤석열 캠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튿날 오전 추가 공지에선 "현재 여러 교수들이 외부에서 분야별 정책 자문을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캠프에 영입한 교수는 아직 없다"고 부연설명까지 남겼다.

이른바 '오보 대응'이란 걸 한 셈이다.

하지만 40일 뒤 국회 소통관에 선 장제원 캠프총괄실장(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예비후보의 정책과 대선 공약을 뒷받침할 정책자문 전문가 1차 명단을 발표한다"며 분야별 전문가 42명을 소개했는데, 첫머리에 등장한 이름이 '김소영'이었다.

장 실장은 김 교수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통화 정책, 환율, 자본의 이동, 외환 위기 분야의 상당한 업적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 전략을 수집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캠프 측은 "이전부터 분과별로 모임을 갖고 정책 과제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실제로 김 교수는 지난 6월초부터 소득주도성장 관련 자료를 윤 후보에게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총괄간사를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당초 김 교수 관련 보도에 사실상 오보대응을 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교수를 영입하려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약간 주저해서 저희가 '결심하시라'고 (설득했고) 그래서 영입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6월말 보도 당시엔 '주저'했기 때문에 '오보'라고 했지만, '결심' 이후 확정이 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 6월말부터 캠프 안팎에선 김 교수가 실제 '간사 역할'을 수행한데다 호칭도 '간사'로 불렸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좌 : 6월 30일 윤석열 캠프 공지내용 / 우 : 8월 10일 윤석열 캠프 발표 보도자료)
(좌 : 6월 30일 윤석열 캠프 공지내용 / 우 : 8월 10일 윤석열 캠프 발표 보도자료)

윤석열 캠프의 '아리송한' 공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국민캠프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과 관련하여 타 캠프에 어떠한 보이콧 동참요구를 한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8월 7일)

"윤 후보 측 핵심인사가 다른 후보에게까지 봉사활동 보이콧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지난 6일 TV조선 보도에 대한 윤석열 캠프의 공식 입장이다.

이른바 봉사활동 보이콧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인사는 '친(親)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야당 중진 의원이다.

아직 캠프에 공식 직함은 없지만 이미 윤 후보와의 친분관계가 충분히 알려진데다, 그의 입으로 전해지는 입장도 상당한 무게감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후보 측 핵심인사가 요구했다"는 보도 내용을 "캠프가 요구하진 않았다"고 반박하는 건 동문서답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히 '좀스럽고 민망한' 대응으로 읽힌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내부 조직 상황'만 점검한 윤석열 캠프는 정작 기사에 적힌 '후보 측 핵심인사'까지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부른 입장문을 발표한 셈인데, 결국 이후 여러 언론사들의 취재 결과 사실로 파악되면서 후보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전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때까지 대응을 유보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일부라도 인정을 하는 게 실체적 진실을 원하는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이같은 캠프의 언론 취재 대응을 놓고, 다수 법조계 인사와 기자들 사이에선 '전형적인 검찰 방식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가 7월 12일 대선 예비후보로 정식 등록한만큼 앞으로 호칭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아니라 '윤석열 예비후보'로 통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월 27일)

최근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예비후보로 호칭을 통일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검찰총장' 옷을 벗고 이제는 '정치인 윤석열'로 거듭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전 총장'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선 '후보는 이미 '여의도'에 건너온 지 오래인데, 오히려 캠프 사람들이 아직 '서초동'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민과 언론에게 '윤석열 예비후보'로 불러달라고 하기에 앞서, 검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던 '서초동 문법'을 벗어나 '여의도 문법'에 맞는 소통을 바란다면 너무 이른 기대일까.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