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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집단 괴롭힘' 택배 노조원 12명 책임은

  • 등록: 2021.09.03 21:22

  • 수정: 2021.09.03 21:28

[앵커]
택배 대리점주가 노조원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은 택배노조 조합원 12명을 책임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노조 측 주장은 다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건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윤슬기 기자, 일단 양측 주장은 많이 다르지요?

[기자]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입장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숨진 택배 대리점주는 유서에 노조 조합원 12명을 언급하며 "나를 파멸시키겠다고 했다, 공격적인 언행을 하고 뜬소문, 헛소문을 만들어 압박했다"고 했습니다. 전국택배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 "괴롭힘 정황이 있었던 건" 인정했습니다. "모멸감을 줄 수 있는 글과 비아냥, 조롱이 확인됐다"는 거죠. 하지만 "폭언과 욕설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피해 당사자가 숨졌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는 더욱 어렵겠군요?

[기자]  
현재로선 유서와 단체 대화방 내용을 통해 상황을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직접 진술해 줄 수 있는 대리점주가 사망했기 때문에, 의혹을 규명하려면 신속히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게 법조계 얘기입니다.

이필우 변호사
"망인이 남겨둔 메모라든가 일기장이 있다거나 구체적 내용이 핸드폰에 있다거나 CCTV나 문서, 주민들 증언..."

[앵커]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을 적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경우"에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숨진 대리점주와 택배기사 12명 모두, 직장내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이기 때문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 법이 적용되려면 '고용' 관계에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서로 대등한 '계약' 관계죠.

[앵커]
개인사업자들간이라면 파업이라는 말도 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택배 노조가 합법 노조로 인정받으면서 택배 노동자들도 파업과 태업같은 단체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택배 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인 동시에,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거죠. 그래서 대리점주들은 택배사로부터 일감을 받아와 택배기사들에게 나눠주는 대등한 계약관계인 동시에, 근로자성을 가진 택배기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 역시 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택배기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고요?

[기자]
맞습니다. 전국의 택배기사는 5만5천명으로 추산되는데요, 택배기사 과로사가 잇따르자 노조가 앞장서 근로시간 단축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택배 기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여러가지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김용춘 /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
"정부 당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 안타까운 사건이 나왔던 것 같아요."

[앵커]
최근 택배시장이 갑자기 팽창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살펴볼 필요가 있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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