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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현직 부장판사가 허위진술 사주했는데…법원은 '뒷짐'만

등록 2022.01.21 18:31 / 수정 2022.01.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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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DB

공직선거법 위반과 무고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양정숙(57)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성보기)는 양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무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벌금 300만원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8년 동안 법조인으로 살아온 양 의원에게 적용된 공소사실도 놀라웠지만, 정작 판결문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섯 차례 등장하는 양 의원 남편 이 모 부장판사였습니다.

●현직 부장판사가 '허위 진술' 요구

양 의원 남편은 27년차 현직 부장판사입니다. 누구보다 법리에 밝은 '베테랑 법관'이지만, 판결문 속 이씨의 행태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재작년 4월 12일. 더불어시민당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한 양 의원 동생은 양 의원 부동산 중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동안의 진술을 갑자기 뒤집고, 양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해 준 겁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1심 판결문 속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하루 전인 4월 11일, 양 의원은 남편인 이 부장판사와 함께 동생에게 1500만원을 송금했던 겁니다.

'돈을 보낼테니 걱정말라'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함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의 회유로 양 의원의 동생의 진술이 오염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장판사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부인의 범죄 의혹을 감추기 위해 사건 관계인에 돈을 건네고 진술 번복을 종용한 셈이죠.

현직 부장판사의 처신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부적절해 보입니다.

●양정숙, 자금세탁 정황에 "시누이 모른다"

1심 판결문엔 이 부장판사 동생 부부도 등장합니다.

양 의원 동생에게 부과된 증여세 7000만원을 이 부장판사의 동생 부부가 대신 내준 겁니다.

양 의원은 검찰 조사서 시누이인 남편의 동생 부부를 모른다고 진술했죠.

재판부는 "동생 부부가 오빠 부부인 이 부장판사와 양 의원을 위해 서로 부탁을 들어주거나 금전거래를 하는 관계였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당한 금전 거래를 숨기기 위해 이 부장판사의 동생까지 끌어들인 셈인데,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법원은 뒷짐…"조사할 일인지 아직 모르겠다"

대법원은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윤리감사관실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진상조사나 징계청구와 관련해서도, 이 부장판사의 소속 법원장이
먼저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부장판사의 소속 법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판결 내용은 기사 등을 통해 들었지만, 그것만으로 감사 등에
곧바로 착수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부장판사에게 따로 소명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은 엄연히 징계 대상인데도 말이죠.

'좋은 재판'을 강조해온 대법원이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 부장판사 행위를 '아내 사랑'으로 보고 눈감진 않을런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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