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6·1 지방선거는 지난 3월 대선으로 여야가 뒤바뀐 뒤 치러지는 첫 선거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1번이고 국민의힘이 2번이었는데 이번에는 여야가 바뀌었는데도 기호는 그대로입니다. 좀 헷갈린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엉뚱하게 들리실수도 있습니다만 선거 기호는 왜 다수당이 1번이 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따져봐 드리겠습니다. 최원희 기자, 지방선거는 국회의석하고 아무 관계도 없지만 어쨌든 기호 1번은 다수당이 가져가는 거죠?
[기자]
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제도고요. 집권당 여부는 관계가 없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호 배정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기준으로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 의석이 없는 정당, 무소속 순입니다. 의석을 가진 정당 중에선 다수 의석 정당이 먼저입니다. 따라서 의석수에 따라 167석을 가진 민주당이 기호 1번, 109석인 국민의힘이 2번, 6석인 정의당이 3번을 배정받은 겁니다.
[앵커]
아무래도 1번이 좋은 번호로 여겨지지요. 그래서 정당들이 민감한 거고요.
[기자]
네, 4년 전 지방선거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석 수가 한때 4석 밖에 차이나지 않았는데요. 다수당, 즉, 1번을 차지하기 위해서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는 걸 당내에서 말리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이른바 '초두효과' 때문인데, 여러 정보가 제시됐을 때 처음 제시된 정보를 가장 잘 기억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각 정당에서 여러 후보를 내 1-가, 1-나, 2-가, 2-나 등 으로 표시되는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기호 '가'를 받은 후보의 당선률이 80% 내외였다는 국내 연구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호 순서 때문에 피해를 주장하는 후보들의 반발도 있었겠군요?
[기자]
후순위 기호를 받은 정당이나 후보들이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이 침해됐다며 8차례 헌법소원을 냈는데요. 헌재는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의 일관된 취지는 "소수의석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등에 차별이 있지만 헌법상 정당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 헌법은 정당제도를 명시하고 있고 법으로 의석 수에 따라 운영 자금도 달리 받도록 정해뒀습니다. 이런 정당제도 의의를 봤을 때 다수당이 우선권을 갖는 건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도 그렇습니까?
[기자]
정치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독일이 우리나라처럼 의석 수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요. 영국은 후보자 성명의 알파벳 순, 미국의 투표방식은 주 마다 다른데 캘리포니아 주는 각 선거마다 무작위로 순서를 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거구별로 무작위로 순서가 정해지는 선거가 있는데요. 정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는 교육감 선거는 기호 없이 후보자 이름만 투표 용지에 적히게 됩니다.
[앵커]
어떤 방식이 되어도 불만 있는 정당이나 후보가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꼭 다수당이 1번이어야 한다는 건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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