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진 TV조선 문화스포츠부장.
다른 건 몰라도 축구, 그것도 월드컵 관련해서는 전세계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나라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상파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해설자까지 골라 보는 재미까지 있다.
월드컵은 단일 이벤트로는 올림픽 이상으로 인기있는 '지구촌 최대 축제'이다. 그러다보니 월드컵 공식 후원 광고료나 중계권료도 엄청나다. 그런 월드컵 경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3사가 모두 생중계한다. 전세계에서 같은 경기를 지상파에서 모두 생중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렇다.
이처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지상파 3사가 2006년에 자신들이 협의해서 만든 '코리아 풀'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 빅 이벤트 중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하지 말고 비용을 분담해서 똑같이 방송하자는 것이다.
통상 전체 중계권의 60%를 SBS와 MBC가 40%를 KBS(KBS의 경우 1, 2가 있기 때문)가 분담한다. 당시에는 지상파 3사 밖에 없어 이런 협의가 가능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외화를 낭비하지 말자는 취지로 만든 '코리아 풀'이 오히려 중계권료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80원짜리 물건을 '코리아 풀'이라는 이름으로 100원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혼자 사려면 80원을 내야하지만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들은 한 사당 30, 40원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건 주인은 비싸게 부르는 사람에게 팔기 마련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물건을 사고 이를 다양한 가게에 재판매하는 것은 어쩌면 시장 자유주의의 근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자유주의에서 가장 경계하고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독점'과 '담합'이다.
미국에도 지상파는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을 CBS, NBC, ABC, FOX 등이 담합해서 중계권을 사고, 이를 똑같이 중계하지는 않는다. 이는 전파 낭비이자 국민들의 볼거리를 빼앗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코리아 풀'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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