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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너무 다른 범죄자 얼굴…신상공개 실효성 논란

  • 등록: 2023.01.04 21:20

  • 수정: 2023.01.04 21:23

[앵커]
강력 범죄자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하는 건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추가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미래에 혹시 모를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경찰이 공개한 과거 사진일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문제가 있지요. 현행 신상공개 제도의 허점을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피의자 신상공개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기자]
최소 10명을 연쇄살해한 강호순 기억하실 겁니다. 2009년 강호순 얼굴이 신문 1면에 실리자, 형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자의 얼굴 공개를 두고 찬반 논쟁이 일었는데요. 알권리 요구가 커지면서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이 이른바 '커튼머리'로 손쉽게 얼굴을 가렸죠. 그 뒤로 피의자가 동의하면 사진을 찍어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촬영에 동의하지 않아 포토라인에 서기 전에 신분증 사진을 주로 공개해왔습니다.

[앵커]
그렇게 공개된 사진이 실물과 다른 경우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거지요?

[기자]
맞습니다. 최근 신상공개가 결정됐던 범죄자들 사진들인데요, 이기영을 비롯해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 그리고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입니다. 모두 실제 모습과 차이가 커서 공개할 때마다 논란이 됐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지나가다 마주쳐도 못 알아보겠는데요. 얼굴 공개에 구체적인 규정 같은 건 없습니까?

[기자]
네, 관련법에 신상공개 여부를 정하는 요건만 있을 뿐 공개할 때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경찰청 내부 지침에도 절차나 시기 같은 구체적인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말이 신상공개지, 취재진 앞에 잠시 서 있도록만 하는 소극적인 방식입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죠?

[기자]
미국은 연방정부기관이 체포된 사람은 모두 '머그샷'을 찍어 보관하고 공개할지 여부는 나중에 정합니다. 일본은 공익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더 강한데요, 피의자 얼굴은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명예훼손죄도 적용하지 않습니다.

[앵커]
인권침해 논란도 있긴 하지요?

[기자]
네, 실제로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 피의자 중 강훈은 신상공개가 가혹하다며 행정소송에 이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는데요, 결국 기각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가 범죄 피의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보장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국제적 규범에 비추어도 너무 지나친 무죄 추정의 원칙의 폐해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범죄 사건은 당연히 공적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이 알아야 되는, 더군다나 얼굴을 봐야 다른 여죄 수사도 가능하게 되고…."

[앵커]
법 개정 움직임은 없습니까?

[기자]
최근 여야에서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습니다. 대통령령으로 공개 방법을 정하거나 최근 사진으로 하자, 아예 머그샷처럼 수사기관이 촬영해서 공개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앵커]
헌법과 전문가 의견 그리고 국민 정서까지 균형 있게 고려한 개선 방안이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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