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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수박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 등록: 2023.03.02 21:49

  • 수정: 2023.03.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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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이 이름과 신분을 감춘 채 보석을 훔치러 모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경찰에 밀고를 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한 명이 배신자로 지목됩니다.

"내가 유일하게 백 퍼센트 믿지 못한 놈이었거든" "그게 증거예요?" "직감이 오는데 증거가 왜 필요해?"

도둑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총을 겨눕니다. 서로 총을 쏘아 모두가 쓰러집니다.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들에게 반당 분자로 몰린 경극 배우들이, 서로를 부정하고 손가락질합니다. 우정도 사랑도 예술도 없습니다.

"이 자는… 매국노입니다" "경극이고 뭐고 다 비판하겠어!"

2004년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서른다섯 표 차로 부결되자, 열린우리당 극성 당원들이 반대표 색출에 나섰습니다.

"배신자는 자수하라"며 질의서를 돌리자 자백 릴레이가 벌어졌지요. "나는 찬성했다"는 의원이 쉰 명을 넘었고,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나는 투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탈표 색출 소동은 더욱 진화했습니다.

'자백하라'는 요구가 의원 휴대전화마다 빗발치고, '반란군' 명단에 오른 의원들에겐 문자 테러를 퍼붓습니다. 심지어 미국에 있는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제명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동의가 4만명을 넘었습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이 동료 실명까지 거론하며 동조하는 건 더 볼썽사납습니다.

그런데 색출 이유는 19년 전과 딴판입니다.

'범죄 피의자를 왜 감쌌느냐'던 것이 '왜 감싸지 않았느냐'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개혁이냐"던 분노는 "누가 수박이냐"가 됐습니다.

진보 정치의 가치가 퇴행하다 못해 거꾸로 뒤집히고 있는 겁니다.

한술 더 떠 민주당 지도부는, 오지도 않은 2차 체포동의안을 지레 "당론으로 부결시키자"고 합니다. 이 대표를 지키는 동시에 소신파 의원들의 입지를 당론으로 아예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당원 투표로 이재명 대표를 재신임하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대표경선에서 논란이 되었던 당헌 80조 문제도 이제 눈앞의 불씨로 다가왔습니다. 민주당은 '정치 탄압으로 기소될 경우'를 예외로 하고, 그 판단을 당무위원회에 맡겼습니다.

당무위 의장을 겸하는 당 대표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재하게 돼, 또 한 겹의 방탄막일 뿐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요. 이 대표가 지금 여기까지 와서 제 손으로 머리 깎는 모습을 보일 리는 없을 테니까요.

결국 이 대표가 민주당을 붙들고 가는 한, 이런 식의 풍파는 끊임없이 밀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디일지는, 민주당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3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수박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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