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또다시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올리는 '직회부' 카드를 써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고 왜 문제가 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먼저 직회부란 제도 어떤 건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기자]
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본회의로 올리기 전, 법사위를 거치는데요. 법사위에서 이유 없이 법안을 붙들고 있다면, 0일이 지난 시점에서 상임위 위원들의 5분의 3(60%)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가 원래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지, 문구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곳인데, 사실상 '상원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생긴 제도입니다.
[앵커]
제도의 취지는 이해가 되는군요.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면 말이지요.
[기자]
네, 이 제도는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면서 생겼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다수당이 5분의 3 이상을 채우기 힘들어서 거의 활용된 적이 없습니다. 2017년 세무사법 개정안을 직회부한 적 있지만 당시엔 기재위에서 여야 합의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처리 과정에서 이 직회부 조항을 법사위 패싱용으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 입장에선 못할 게 없겠군요. 방송법 역시 그렇고요?
[기자]
네, 사실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2021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직을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대신 법사위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했습니다. 법사위에서 주력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해 미리 손질을 해놨단 해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허를 찔린 셈입니다.
[앵커]
법사위를 건너 뛴 법안은 본회의에 바로 상정됩니까?
[기자]
바로는 아니고요, 30일 간 여야 협상 기간을 둡니다. 30일마저 지나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거쳐 회부할 수 있습니다. 총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법안을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여당 입장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말곤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앵커]
민주당이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직회부 할 수 있는 상임위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예결위원회를 뺀 전체 상임위 17곳 중 9곳에 이릅니다. 모두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이면서, 민주당 성향 야권 의원을 합쳐 5분의 3 이상입니다. 민주당 주도로 직회부하기로 한 법안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 방송법 등입니다.
[앵커]
절대 다수를 이용한 민주당의 꼼수가 사실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기자]
네, 2019년 공수처법 처리 땐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막으려고 쪼개기 임시국회를 열었고,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킬 땐 민주당 의원을 위장 탈당 시켜 안건조정위원회 제도를 무력화했습니다.
윤종빈 /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회 내에 다양한 제도를 만드는 이유는 타협과 협의의 정치를 하라는 거거든요. 운영하는 주체인 국회의원들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점이 여실히 드러난…."
[앵커]
만약 이런 일방통행이 일상화되면서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면 국회를 이렇게 만든 유권자들의 책임이기도 할 겁니다.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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