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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차담차담] 신전 아래 숨겨둔 환희의 여신…'롤스로이스③'

등록 2023.03.30 09:00 / 수정 2024.01.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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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실버레이디'다.

은빛 여신의 상이다.

로이스는 상징물을 무엇으로 할 지 고민이 많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고객의 차를 볼 기회가 생겼다.

존 월터 몽태규가 샀던 실버고스트였다.

그런데 본닛 위를 보는 순간 뭔가 '번쩍' 치고 지나갔다.

몽태규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장식한 상징물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옷을 입고 한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있는 여신'.

"이거였어!"

로이스는 몽태규의 상징물을 조각해준 이를 찾아갔다.

찰스 사익스였다.

로이스는 자신이 생각한, '비슷하지만 다른' 상징물을 의뢰했다.

'양팔을 활짝 뒤로 젖히고 나가는 듯한 자세의 여신'.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은 고객의 영감으로 탄생했다.

1911년 2월 6일부터 롤스로이스 전 모델에 부착했다.

1934년에는 시야를 가릴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무릎을 더 구부리게 만들었다가 원래 자세로 1975년 돌아왔다.

롤스로이스의 상징 '환희의 여신상'. 1911년 2월 6일부터 전 모델에 부착했다. 안전 문제로 외부의 충격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판테온 그릴 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순수 전기차 쿠페 스펙터부터는 새로운 여신상을 적용한다.

8.273cm로 10.001cm보다 키가 조금 작아진다.

여신의 머리 모양에도 변화를 줬다.

실버레이디는 떼어가지 못하도록 시동을 켜면 올라온다.

아예 안 올라오게 설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설정해둘 소유주는 없을 테지만.

차량에 일정량의 충격이 가해지면 0.1초만에 판테온 그릴 안으로 들어간다.

보행자 사고가 났을 때 또다른 피해가 날까 우려해서다.

새롭게 디자인된 환희의 여신상이 적용되는 스펙터. 순수 전기 자동차다. 완충 주행 가능거리는 520km 가량이다.(위) 스펙터에 들어가는 환희의 여신상. 크기가 조금 작아졌다.(아래)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또다른 시그니처는 '우산'이다.

앞좌석 문을 열면 사이드 면에 꽂혀 있다.

손잡이 부분을 크롬으로 몰딩했다.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 때문에 상시비치용으로 준비했다.

우산은 발수코팅이 된 튼튼한 테플론이라는 소재로 만들었다.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온다.

젖은 채 대충 말아넣어도 걱정할 게 없다.

우산이 들어가는 공간 안에는 배수장치와 건조장치가 있다.

부식 걱정없이 '알아서' 마른다.

우산 색상은 주문할 때 선택한다.

잃어버려도 돈쭐을 내면 된다.

새로 주문하면 되니까.

우산 하나에 100만 원 정도다.

롤스로이스 우산. 위에 보이는 버튼을 누르면 튀어나온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코치도어도 롤스로이스를 대표한다.

뒷좌석 문의 경첩이 뒤쪽에 달려 있어 앞쪽으로 열린다.

동시에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 수 있다.

예전 화려한 마차의 문을 열듯이.

과거엔 코치도어는 일부에만 있었지만 지금은 전 모델에 적용한다.

1930년 출시한 롤스로이스 팬텀. 문 손잡이의 위치에서 코치도어임을 엿볼 수 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바퀴가 구를 때 휠캡이 같이 돌지 않는다.

'R 두 개를 겹친' 로고는 자세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플로팅 휠캡' 덕분이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로고의 아래쪽에 무게추를 두고, 휠에 붙지 않게 끼우도록 설계했다.

예전부터 롤스로이스에만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퀴가 구를 때 휠캡이 같이 돌지 않는 플로팅 휠캡.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플로팅 휠캡은 BMW가 인수한 후에 적용했다.

"롤스로이스는 예전부터 이랬다더라"라는 건 입소문 마케팅의 성공사례일 뿐이다.

바퀴 네 개용 휠캡 세트는 150만 원이다.

국내에서는 쌍용이 2016년 옵션으로 플로팅 휠캡을 선보인 적 있다.

영상설명: 바퀴가 굴러도 로고가 그대로인 플로팅 휠캡.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외장 페인트 색상의 조합은 셀 수 없을 정도다.

4만4천 가지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원하는대로' 다 맞춰줄 수 있다는 얘기다.

내장 가죽은 탁 트인 고산지대에 방목한, 흠 없는 황소 가죽만을 사용한다.

시트의 헤드레스트에 가문의 상징이나 기업 로고 등을 수놓을 수 있다.

차량 내부를 갤러리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여행과 피크닉 세트로 꾸며줄 수도 있다.

코치빌더 작업은 미술작품을 만들러낸다. '팬텀 오키드' 옵션.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는 차량을 인도할 때 '일지'를 준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검사했는지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최고 판매실적을 올렸다.

전세계 50개국에 6021대.

국내에서도 2020년 171대, 2021년 225대, 2022년 234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이 모든 롤스로이스는 모두 다르다.

한 대도 같지 않다.

이게 롤스로이스의 자부심(自負心)이고, 고객들의 차부심(車負心)이다.

팬텀 2023년형. 판테온 그릴과 헤드램프 스타일링을 일부 수정했다. 표준모델이다. 비스포크(Bespoke)는 별도 옵션이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제공

<다음 회에는 벤틀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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