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는 우리 외교정책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굵직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도 가늠해 볼 수도 있는 인터뷰여서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홍연주 기자를 불렀습니다.
홍 기자,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무기와 같은 군사 지원은 하지 않는다 아니었습니까? 이 원칙을 바꾼다는 건가요?
[기자]
일단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발언 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원칙이 바뀐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대규모로 공격하거나 학살할 때'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도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군사지원을 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라, 조건을 달아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전쟁 양상을 보면 그런 전제조건들은 이미 충족된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대통령실도 분쟁 개입이라는 입장을 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달라며, 윤 대통령이 민간인 공격 등을 전제로 지원 검토를 언급한 것이라고 반응했는데요. 분명한 건, 그동안의 우리 정부 입장과 오늘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조금씩 기류 변화를 보여왔는데, 지난해 윤 대통령 발언 들어보시죠.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지난해 8월)
"군사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고"
출근길 문답 (지난해 10월 28일)
"살상 무기라든가 이런 것은 공급한 사실이 없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이고…."
사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해왔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하루에 3000발 정도 사용되는 155mm 포탄을, 지난해 11월 미국에 10만발 수출했고, 최근에는 추가로 50만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조금 전에는 3000억원에 가까운 국산 기관총탄 430만발과 전차포탄 5만발이 폴란드로 수출돼 우크라이나 우회지원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앵커]
주권 문제라는 건 무기 지원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거다, 이런 의미니까 기류가 달라진 건 맞다고 봐야겠군요. 아무래도 미국의 요구가 감안되고 있다고 봐야되는 겁니까?
[기자]
여기서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확장정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보복조치를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실한 안보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걸 확실하게 요구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네,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윤 대통령은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나토에는 미군이 운용하는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핵보유와 전술핵 배치를 모두 반대해왔는데, 핵을 비롯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움직이는데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한국형 핵공유'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얻어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교부 국방부 업무보고 (지난 1월)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 핵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결국 정상회담 문안에 한국의 개입을 어느선까지 보장하느냐가 관건이 되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핵정보 공유와 공동기획 및 실행, 연합연습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인데,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미는 이미 미국 핵무기 투발 연습을 함께하는 '핵 공동연습'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앵커]
설명듣고 보니 전체적인 그림은 이해가 됐는데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되고, 또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좀 걱정이 되긴 하는군요. 슬기롭게 대처를 해야겠지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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