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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패부리면 차 권하고, 폭행하면 우선 진정시켜라"…서울교육청 '황당' 매뉴얼

  • 등록: 2023.07.28 21:02

  • 수정: 2023.07.28 21:13

[앵커]
교실에서 유명을 달리한 2년차 새내기 교사를 통해 학교에서 느끼는 선생님들의 절망이 어느정도인지 다소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의 폭언과 폭행이 생각보다 빈번했고 심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5년전 서울시교육청이 '악성민원 대응 매뉴얼'이란 것을 배포했습니다. 대응 지침 인 것이죠. 그런데 저희 취재팀이 매뉴얼을 들여다 봤더니 선생님들 입장에선 황당한 내용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좌절하는 배경엔 이렇게 허무한 교육행정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박재훈 기자가 메뉴얼 내용을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부모가 고함을 지르고 행패를 부리면 차를 권하라.'
'학부모가 폭행을 하면 우선 진정하라고 한뒤 그래도 난동을 부리면 경찰에 신고하라.'
'성희롱을 당하면 침착하게 불쾌감을 표현한뒤 녹음하겠다고 알려라'

서울시교육청이 5년 전 초중고에 배포한 '악성 민원 대응 매뉴얼' 내용입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매뉴얼이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에 그쳤고, 심지어 교사 10명 중 4명은 "매뉴얼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김동석 / 한국교총 교권본부장
"실효적이지 않은 매뉴얼은 (선생님들을)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부분이고 실소를 자아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은 공무원 기본지침에 따른 거라고 했습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
"일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안부에서 내려오는 걸 틀로 하고 일반 민원 담당자를 포커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에 새 매뉴얼을 배포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TV조선 박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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