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따져보니] 33년 만의 '초 엔저'…우리 수출 괜찮나?

  • 등록: 2023.11.19 19:25

  • 수정: 2023.11.19 19:29

[앵커]
일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건 엔화가 저렴해진 엔저 현상이 한목했습니다.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기 직전입니다. 초엔저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경제부 김창섭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몇 달 전만해도 엔화가 900원대라고 해서 정말 많이 떨어졌다, 생각했는데 이보다도 더 떨어졌습니까?

[기자]
100엔 당 850원 대 입니다. 기록적 엔저 라고 하면서 휴가를 일본으로 많이 떠났던 올 여름이 900원대 였는데요. 그때보다 50원 더 떨어진 겁니다. 엔화가 850원대를 기록한 건, 2008년 1월 이후 15년 만입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도 봤듯이, 엔화가 싼 덕분에 일본 여행 가는 분들 많은데, 투자 기회로 삼는 분들도 많죠?

[기자]
맞습니다. 엔화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 은행에서는 한때 엔 환전이 중단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엔화를 사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 엔화를 환전해 준 금액이 약 3100억엔에 이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가 넘는 금액인데요. 또, 엔화 예금 잔액도 지난 15일 기준 1조2000억엔에 육박하면서 보름 만에 1500억엔 가까운 돈이 모였습니다. 소위 '엔테크'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투자를 하려면 엔저의 이유를 알아야할텐데, 엔화가 왜 이렇게 계속 떨어지는 겁니까?

[기자]
코로나 이후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건 다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영향을 받아서 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고요. 전세계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일본만 홀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다른나라와의 금리 차가 크면 상대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근의 엔저효과가 일어나는 겁니다.

[앵커]
일본은 자국의 화폐 가치가 이렇게 떨어지는 걸 감안하면서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데는, 일본 경제에 이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까?

[기자]
일단 일본은 미국 등 다른나라 처럼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지 않았고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금리를 차이 나게 해 엔화의 값어치를 내려서 수출로 인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겁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면 시중에 돈이 돌게 되죠. 경기 부양 효과도 얻게 됩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우리 수출 기업들은 초엔저 현상이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엔저는 국내 수출 기업에는 악재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해외에서 서로 비슷한 물건을 팔 때 우리 제품 가격이 일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에 밀리게 되는거죠. 다만, 최근 들어 우리와 일본이 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지 않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수출품으로 경쟁하는 걸 수치로 보여주는 한일 수출 경합도라는 게 있는데요. 201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를 대비해서 수출 주력 업종의 수출이 위축되지 않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앵커]
뭐든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텐데, 엔저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걸로 봅니까?

[기자]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엔저가 지속될 확률이 높습니다. 일본은행 총재도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도전"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현재 금리 수준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시장에서는 내년 4~5월 일본에서 이뤄지는 임금협상이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때 임금이 크게 인상된다면 물가상승 압박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저성장 늪에 빠진 일본이 선택한 나홀로 완화 정책. 과연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집니다. 김 기자, 잘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