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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모가 무슨 죄입니까

등록 2023.11.29 21:54 / 수정 2023.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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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살 아들이 부모와 사는 건 비정상이야. "다이너마이트가 터져도 안 나가요."

멀쩡한 아들이 부모 집에 붙어살며 호텔급 서비스를 누립니다. 넌더리가 난 부모는 아들을 떼어내려고 남자 길들이기 전문가를 고용하지요.

"사랑해 엄마. 글쎄다." "아빠도 사랑해요. 지겹다 정말."

부모는 갖은 육탄전을 벌인 끝에 아들 탕기를 내보냅니다. 그런데 마흔을 넘긴 탕기가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을 '탕기'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탕기족을 쫓아내려는 소송이 한 해 9백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마 내쫓지는 못하고, 챙기고 거둬 먹이는 게 우리네 부모님들 마음이지요.

"입이 그렇게 짧으니까 살이 안 붙는 거야, 자!" 

그런데 중국에서는 부모 집에 드러누워 놀고먹는 탕핑족이 신종 직업으로 분화했습니다.

청소, 빨래 요리에, 술 드신 아버지 대리운전까지 가사를 돌보는 '전업 자녀' 입니다. 대개 부모 연금의 40퍼센트쯤을 떼어주는 월급이 우리 돈 70만 원에서 백만 원이랍니다. 도시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백만 원쯤이고, 숙식까지 해결되니까 괞찮은 셈이지요.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는 자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부모 연금을 빨아먹고 산다고 해서 '빨대족'이라고 부르는 우리 캥거루족에 비하면 그나마 건실하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부모가 그럴 여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요.

흔히 결혼 적령기로 여기는 서른에서 서른네 살 한국 청년 열 명 중에 여섯 명이 미혼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20년 전보다 세 배나 늘어났습니다. 통계에 청년으로 잡히진 않지만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미혼 비율도 각기 셋 중 하나, 다섯 중 하나에 이르렀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이렇게 적었는데 말이지요. 전체 청년으로 따지면 열에 여덟이나 됩니다. 그러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도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셋 중 둘이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비를 대는 청년도 열 명 중 세 명에 이릅니다. '부모 집에 얹혀사는 것만큼 좋은 부동산 투자가 없다'거나 '캥거루가 최고 재테크' 라는 자조적 우스개가 나돌 만도 합니다.

지난해 다른 조사에서는 쉰 살 미만 성인 열 명 중 세 명이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사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무살도 서른 살도 아닌 쉰 살이요. 일본처럼 캥거루도 고령화하면서, 평생 독립하기 어려운 중장년 캥거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부모님들의 주름살을 펴 드리려면 결국,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으뜸입니다. 비혼과 만혼, 무자녀, 그리고 나라를 파멸로 몰아넣는 저출생까지 모든 해법이 바로 거기서 출발합니다.

11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부모가 무슨 죄입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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