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 제공
- '시'
이 대목을 읽으며 아빠와 함께 무언가를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 동생과 나는 아빠의 취향을 잘 안다고 여겼는데, 우리가 준비해 간 것은 늘 조금씩 모자랐다. 투덜대고 불평하면서도 아빠는 자기 몫의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시큰둥해 했지만 표정으로는 재미를 숨기지 못했다. 그 순간이 어쩌면 아빠에게 중요했다는 것, 우리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그런 기억만이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레티파크'는 읽는 사람을 추동하는 책이다. 한 편을 통과할 때마다 기억의 여기저기가 건들리고, 그 부피만큼 내 이야기가 옆에 쌓인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는 사람을 앉았다 일어서게 하는 책. 말하고 쓰게 하는 책. 다 읽고 나면 내 안의 17가지 장면이 불거져 나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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