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 제공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이지만 이 책 곳곳엔 메모를 많이 했다. 가령 13페이지 첫 번째 문단이 끝나는 곳엔 이렇게 적었다. "어떻게 이렇게 쓰지?" 52페이지에는 이렇게. "하루에 몇 장 이상 읽는 건 과식이다." 57페이지에 이르러선 또 다시 감탄한 나머지 끼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작가, 심지어 유머도 있어!"
어머니를 떠나보낸 후 저자는 음악으로, 피아노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단련되고 정화되고 속죄"한 후 "반대편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하필 바흐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바흐는 기쁨, 또는 치유, 또는 말로 포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감정적 체념과 마주하게" 하고, "경이로울 만큼 기진하게 하며 완벽하게 아름다우므로".
바흐 음악의 아름다움과, 음악을 사랑했던, 그러나 때때로 냉혹했던 어머니에 대한 저자의 애도가 우아하게 엮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질투하고 있다. 이렇게 쓰고 싶어서, 이렇게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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