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수요일 제공
- '단편 소설을 쓴다는 것'
대학 시절 조앤 디디온은 글쓰기 워크숍 비슷한 영문학 수업을 듣는다. 한 학기 동안 다섯 편의 단편소설을 써야 했지만 완성한 것은 간신히 세 편. 함께 수업을 듣는 모든 이가 커 보이고 자신은 보잘것없게만 느껴지는 수렁 속에서, 그는 "종이에 문장을 쓰는 순간 내가 충분히 잘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리라는 공포"를 느낀다.
지금 절망한 채 구석에 앉아 있는 저 청년이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디디온이라는 사실에 위로받는 사람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상속받은 것 같은 미래가 내게만 누락된 듯한 기분을 나도 조금은 안다.
그러나 디디온은 쓰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다. 스스로가 "종이 위에 단어를 배열할 때 가장 집중하고 정열을 쏟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그러니 중요한 것은 다만 쓴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 나아간 만큼 내일 허물어지더라도 그 허방의 모양은 같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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