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흐름 제공
- '도약하는 곡선이 있어 우리는'
울고 싶을 때는 미술관에 간다. 이 말을 듣는 누군가는 '에이, 웬 허세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이다.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외부의 자극과 만나 별안간 터져 나오기를 기대하며, 가만히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어느새 쌓인 것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고, 그 자리는 새로운 동력이 채울 것이다. 울리는 미술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시인처럼 나도 항상 궁금했다. 저 그림 속 어디에 슬픔이 숨어 있어서 나를 이렇게 건드릴까 하고. 힘 주어 그은 선에? 짓누르고 일그러뜨린 붓질에? 아무리 짧은 시간에 스치듯 그려도 화가들은 좀처럼 속이지 못한다. 절절한 사랑이든 휘몰아치는 아픔이든 그들이 통과한 순간이 화폭 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흔적 사이를 거닐며, 수백 년 뒤의 내가 조용히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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