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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한 문장 일기]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등록 2024.02.09 11:10 / 수정 2024.02.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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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낮은산 제공(예스24 캡처)

"이상적인 몸의 실루엣을 충족하지 못하고 불룩 튀어나온 살을 부르는 수많은 신조어를 떠올려 보자. 엉밑살, 승마살, 겨살… 이런 단어는 몸매 관리에 집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 발생한 것 같지만 실은 다이어트 산업에서 이윤을 내는 주체들, 피부과, 성형외과, 다이어트 클리닉, 아낌없이 식욕억제제를 처방해 주며 군살에 대한 혐오를 강화하는 각종 광고를 미디어에 뿌려 대는 병원, 혹은 다이어트 보조제 제조사, 피트니스 센터들이 주창해 널리 전파한 것이나 다름없다."

- '연애와 다이어트의 기묘한 함수관계'

다이어트와 배달 음식, 그리고 트위터. 세 낱말 모두 지금의 나와는 크게 친밀하지 않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챕터를 펼쳐서 한 장 두 장 읽다가 그만 잊고 있었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말았다.

카복시.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그 이름. 피하 조직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지방 분해를 용이하게 한다는 그 유명한 주사를 20대 시절 나도 맞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완전히 잊고 있었을까.)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외우고 다니며 '먹은 것만큼 반드시 배출한다'를 원칙으로 삼던 시절이었다.

당시 나와 친구들은 자주 클럽에 갔는데, 젊음과 욕망이 한데 뒤섞이는 그 공간이 무척 유혹적이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거기서는 밤새도록 춤추며 칼로리를 자연 소모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밤을 하얗게 불태우고 클럽을 나오면서 우리는 경쟁하듯 서로에게 말했다. "나는 오늘 사과 반 개, 아이스크림 하나, 맥주 한 잔으로 끝!"

클럽이 재미없는 날이면 나는 일찌감치 신림동 사거리를 빠져나와 집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족히 2시간은 걸리는 거리였지만 스키니진에 하이힐 차림으로도 힘든 줄 몰랐다. 문제의 카복시 역시 그즈음 맞았던 것 같다. 몸의 다른 곳엔 살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종아리 살만은 이상하리만큼 빠지지 않았으므로. 유독 가스 같은 것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처음엔 두려웠지만 나는 저자와 마찬가지로 끝내 그 과정을 즐겼다.

그 시절 내가 먹고 산 것은 환상이었다. 무언가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환상. 돌이켜보면 세상을 통제할 수 없었던 젊은 여성이 자기 몸을 다그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귀결이었는데도, 그때는 그걸 몰랐다. 돌아가 그 시절의 나에게 이 책을 쥐여줄 수 있다면.

저자는 여성이 자기 몸 구석구석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그 언어와 시선은 사회의 것이며, 정확히는 다이어트 클리닉과 성형외과, 피트니스 센터의 것이라고 지적한다(P.70).

아름다운 외양에 온갖 보상을 배타적으로 쏟아부으면서도 '그런 것이 중요한 시대는 갔다'고 말하는 사회의 이중성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외모는 중요치 않아. 그런데 너 참 예쁘다." 속이 다 시원하지 않은가?

이 책은 꼭 캐럴라인 냅이 쓴 '욕구들'의 한국 버전 같다. 작가의 글쓰기는 냅만큼이나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좋은 의미로 처절하다. 냅의 책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모든 사례와 인물이 현지화되어 더 속도감 있게 읽힌다는 것. 욕망과 집착,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고민하는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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