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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폭풍 전야 의료계

등록 2024.02.12 21:51 / 수정 2024.02.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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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의사 킴블이 범인을 찾으려고 병원에 숨어듭니다. 밤늦은 복도가 환자들로 북새통입니다.

의사가 어린 환자를 어설프게 진단하는 걸 보고 애를 태웁니다.

"엑스레이 필름을 확인해. 필름을 확인하라고."

다급한 도망자 신세 이면서도 그는 지나치지 못합니다. 몰래 진찰해 처치 지시를 새로 씁니다.

수술실로 보내 어린 생명을 구합니다. 의사는, 가족의 타는 가슴도 식혀 줍니다.

어머니의 고통을 가라앉힌 의사가 이릅니다.

'오늘밤은 무사하실 겁니다. 물먹은 솜과 같은 침묵. 자식들이 번갈아 밤을 새워 어머니를 지킨다.'

어느 의학계 원로는 명의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대답한답니다.

'명의는 모르겠고, 누가 친절한 의사인지는 압니다.'

백령도에 하나뿐인 병원에 일흔세 살 산부인과 전문의 오혜숙 씨가 찾아왔습니다. 공중보건의마저 떠나 진료가 끊긴 지 서른 두 달 만입니다.

그는 백령도와 아무 인연이 없었습니다. 의사를 애타게 찾는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서울에 있던 산부인과 병원을 닫았습니다.

'응급 분만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간호조무사 동생도 '언니를 돌봐야 한다'며 함께 자원했습니다.

공공의료원 백령병원은 주민과 군인, 군인 가족까지 만여 명을 책임집니다.

그동안 임신부들은 일상적 검진 한번 받으려면 왕복 열 시간 뱃길로 인천을 오갔습니다. 출산도 모두 육지에서 했지요. 응급 산모가 헬기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백령병원은 인천시, 복지부, 국회에 두루 하소연했습니다. 일흔여섯 살 이두익 원장이 의사회와 동문회에 수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인천시가 연봉을 2억5천만 원으로 1억 원 늘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오혜숙 씨가 말했습니다.

'백령병원은 내가 필요한 곳입니다.'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그의 심장에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의사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2월 12일 앵커 칼럼 오늘 '폭풍 전야 의료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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