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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칼럼 오늘] 공부는 참 신기해

등록 2024.02.23 21:53 / 수정 2024.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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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슬라이딩으로 잔디를 밀고 가는 골 세리머니가 낯익습니다. 등 번호 7번이 엉뚱하게 가슴에 달려 있네요. 엉성하지만 태극기를 곁들인 그림도 있습니다. 어린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합니다. '영국에서 가장 핫한 화가', 여든아홉 살 로즈 와일리 할머니가 그린 손흥민입니다.

할머니는 미대에 다니다 결혼하며 붓을 놓았는데, 마흔다섯에 다시 쥐었습니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작품들로, 권위 있는 '존 무어 페인팅 상'을 받았지요.

아흔일곱 살 김두엽 할머니는 일흔에 글을 배웠습니다. 여든 셋에 그림을 시작했지요. 달력 뒷장에 연필로 그린 사과를 보고, 화가 아들이 붓을 쥐여드렸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작품은 화사하고 따스합니다. 동화처럼 구김살이 없습니다. 지난해 아들과 함께 열다섯 번째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눈이 침침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용기 내어 꿈을 향해 달려가지…"

칠곡 할머니들이 서울 청암중고 졸업식에 랩 영상으로 등장했습니다. 평생교육 학교를 나서는 늦깎이 학도들을 축하하고 응원했습니다.

평균 연령 일흔 살 졸업생 중에 아흔 한 살 강영신 할아버지가 최고령이었습니다.

"못 읽으니까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모른다 하는 게 괜히, 그냥 내가 배워야지."

경남 거창에서는 아흔네 살 이근순 할머니가 문해교실 초등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곧바로 중등 과정에 진학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부를 하시겠답니다.

수능 최고령 수험생, 여든 세 살 김정자 할머니는 손녀가 다녔던 숙명여대에 입학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손녀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인 문해 시화전 대상을 차지한 함옥순 할머니의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난 죽을 먹어도 괜찮았다. 자식들 입에 맛난 거 들어가면 배불러지니. 난 구멍 뚫린 신발도 괜찮았다. 자식들 새 운동화 신기면 내 발이 편해졌다.'

그런데 '공부시켜 박사 만들어, 박사 모자 내 머리에 씌워줘도' 내 모자가 아니더랍니다. 그래서 내 공부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공부는 대리만족이 안 돼.'

2월 23일 앵커칼럼 오늘 '공부는 참 신기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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