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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거시기합니다

등록 2024.03.04 21:53 / 수정 2024.03.0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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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략전술적인 거시기는 한마디로 뭐시기 할 때까지 갑옷을 거시기 한다!"

콩떡같이 말하는데 병사들이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전쟁 끝날 때까지 갑옷 벗을 생각 말라'는 얘기랍니다.

거시기는 버젓한 표준어입니다. 어느 유권자가 선관위에 질의했습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이웃사람이 '거시기하다'는데 비방이 아니냐."

선관위가 법조문을 뒤지고 토의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관계 없이 추상적인 말이라 괜찮다."

조국 추미애 송영길 삼인방의 총선 출마설이 피어오르자, 민주당에서 꺼림칙한 반응이 나왔지요.

"좀 거시기하다. 거시기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러더니 공천판에서 거시기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누구 책임이 크냐는 다툼입니다. 상식적으로 대선 패배 책임은 후보에게 귀결되는 법입니다. 

그런데 화살이 문재인 정부 사람들로 날아갔지요. 거기 앞장선 이가 거시기하게도, 추 전 장관이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윤석열 키우는 데 추미애 장관이 더 공이 훨씬 더 크지."

결국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잘리고, 추 전 장관은 하남갑에 단독 공천을 받았습니다. 동작을 필승 카드처럼 띄우더니 경쟁력이 뒤지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형평과 공정, 이런 시스템공천도 있나요.

추 전 장관과 함께 윤 정부 탄생에 기여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20퍼센트 경선 가산점을 받았습니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윤석열 사단은 전두환 하나회" 라고 비판해 해임됐지요. 노골적 정치 개입으로 받은 징계가 훈장이라도 되는 걸까요. 총선에 뛰어든 현직 검사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루아침에 국민의힘으로 갈아탄 것도 보기 좋을 리 없습니다. 이른바 '비명횡사'를 당했다지만 무소속 출마도 아니고, 같은 지역구에 나간답니다. 덥석 모셔 간 국민의힘도 가볍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어령 선생이 '거시기와 머시기'를 정의했습니다.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의 언어다."

대선 막바지, 추 전 장관이 윤 후보와 신천지를 엮어보려고 펼치던 혼신의 연기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니 왜 압수수색 안되는 거예요?"

3월 4일 앵커칼럼 오늘 '거시기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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