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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따져보니] '근친혼 금지' 4촌 이내로?…'가족 파괴' 논란

등록 2024.03.05 21:45 / 수정 2024.03.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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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무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유림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어떻게 가족끼리 그럴 수가 있느냐는건데, 정부는 왜 그럼 근친혼 기준을 바꾸려는 건지,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현행법은 8촌 이내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데, 8촌이라고 하면 범위가 어디까지입니까?

[기자]
네, 요즘은 8촌을 만나는 일도 드물고, 내 8촌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아버지쪽 촌수 관계를 따져보면, 고조할아버지를 공통 조상으로 둔 나와 같은 대의 자손입니다. 최근 법무부가 추진한 연구용역에서 혼인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되면 6촌 관계인 작은할아버지의 손주와도, 흔히 당숙으로 부르는 5촌 관계인 아버지의 4촌 형제와도 결혼이 가능해집니다.

[앵커]
정부가 왜 갑자기 근친혼 허용 범위를 바꾸려는 겁니까?

[기자]
네, 재작년 헌법재판소 판결때문입니다. 민법 809조 1항은 8촌 이내에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815조 2항에선 이러한 혼인을 무효로 하고 있습니다. 헌재는 재작년 809조 1항에 대해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815조 2항은 '가족 해체'를 막겠다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며 헌법 불합치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연말까지 법을 개정해야합니다.

[앵커]
그래도 한국은 유교적 뿌리가 깊은 나라인데 5촌, 6촌간 혼인은 국민정서에 반하지 않을까요?

[기자]
법무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요. 요즘은 5촌 이상 친족 교류가 적어 결혼을 허용해도 혼란이 크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 주요국 중에 한국이 근친혼 금지 범위가 가장 넓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앵커]
해외에선 혈족 간 혼인이 우리보다 자유롭다는 겁니까?

[기자]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국가는 인척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습니다. 다른 동양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이 보수적인 편인데요.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은 직계혈족과 4촌 이내 방계혈족만 혼인을 금지하고 있고 일본도 3촌 이내 방계혈족에 대한 혼인만 제한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근친혼을 금지한 이유 중 하나는 유전병 때문이잖아요. 유전병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네, 사진 두 장을 보시면요. 왼쪽은 근친혼을 통해 가문을 유지하려다 주걱턱 유전병을 얻은 유럽 합스부르크 왕가이고, 오른쪽은 100년 동안 근친으로 대를 이어오다 심각한 유전병을 얻은 미국 가족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대를 이어 결혼을 거듭할 경우엔 유전병이 생깁니다. 정부 용역보고서에는 "5촌 이상 혈족간 근친혼과 유전병 발병률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언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한선 /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5촌 정도 넘어가면 근연도가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단언할 수는 없어요. 외국에서도 제네틱 카운셀링이라는 걸 하거든요. 가까운 친족끼리 혼인을 하게되면 유전병의 가능성 같은 것들을 확인을 하고"

[앵커]
시대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전통적인 예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이네요. 김자민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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