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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록 2024.03.18 21:50 / 수정 2024.03.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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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머리 허연, 미친 사내 '백수광부'가 술병을 끼고 비틀거리며 강을 건넙니다. 아내가 따라오며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이 돌이켜 생각합니다. '고락에 겨운 입술로,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해도 됐으련만…' 하지만 죽음, 이별같이 '가고 오지 못하는' 것들을 돌이킬 순 없습니다.

이른봄 고운 꽃을 피우는 이 들풀은, 신경을 자극하는 독성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미치광이풀입니다. 나 건드리지 말라는 듯, 꽃떨기가 시선을 낮게 깔았습니다. 봄을 알리는 바람꽃 중엔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이 있습니다. 나도 여기 있다는 듯 고개를 내밉니다. 

공천판을 뒤흔드는 막말 행진에 대통령 참모가 끼어들었습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언론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회칼 테러' 운운했습니다. 농담이라는데 누가 들어도 섬뜩합니다. 5·18 북한 배후설도 꺼냈다고 합니다.

비슷한 발언으로 여당 후보는 공천을 박탈당했죠. 안보실장은 이종섭 대사 출국 논란을 반박하면서 빈정거리듯 코웃음을 쳤습니다. "도피성으로 보낸다? 도피성으로 보낸다는 건 제가 보기에는 정말 말이 안 되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당 내 걱정하는 목소리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제발 정신 차려야 한다.' 지켜보는 국민은, 이런 시각과 태도들이 대통령 뜻과 무관하다고 생각할까요.

결국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 대사 즉각 귀국과 황 수석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총선 판세가 걸린 문제여서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가 벌어졌던 일을 돌아보게 됩니다.

세상에는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처럼 오기를 피우고, '너도밤나무'같이 억지를 부리는 존재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 봄을 심술 꽃샘과 몽니 황사가 흔들어대듯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들꽃이 별처럼 다투어 피어나는 이치를 거스를 순 없지요.

3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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