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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앵커칼럼 오늘] 발칙한 봄

등록 2024.03.27 21:51 / 수정 2024.03.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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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대로를 타조가 활보합니다. 천방지축 차선을 넘나드는 탈출극은 한 시간 만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짝이 죽은 뒤, 우리에 갇혀 맞은 봄이 싱숭생숭했을까요. 봄은 하도 환해서 때로 심란합니다.

'인생은 빈 술잔, 주단 깔지 않은 계단… 4월은 바보처럼 주절거리며 온다.'

꽃 피는 행렬은 맹랑하다 못해 발칙합니다. 희희낙락 나불대고, 싹수가 노랗고, 겁 없이 되바라집니다.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 든 연등을,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거기 어울리는 순우리말이 '반지빠르다'와 '배때가 벗다' 입니다. '언행이 얄미울 정도로 민첩하고 약삭빠르다' '얄밉게 교만하다'는 뜻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고 오는 차에서 푸념했습니다.

"아, 이게 뭐 검찰이 노린 걸 테니까 할 수 없죠. 선거에, 대선에서 진 죗값을 치르는 거다."

이런 얘기입니다. '내가 없어도 재판에 지장이 없는데, 검찰이 굳이 있어야 한다고 우겨서' 법정에 불려 다닌다.

그렇다면 법원은 검찰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존재인가요. 당연히 재판부가 잘라 말했습니다. 

"재판 절차는 판사가 정하는 것이다." 

대놓고 재판부에게 대거리할 수는 없고, 늘 하던 검찰 탓을 하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이 명줄을 쥐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으니까요.

조국 대표도 실형을 거듭 선고한 법원에게는 입을 다뭅니다. '정치 검찰'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것도 빼닮았습니다. 검찰 기소가 정치 탄압 음모라는 주장이지요.

그러면 파렴치 입시 위조 비리를 애초에 기소하지 않는 게 정의라는 건가요. '넘어지면 하는 지팡이 타령' 그만 부르기 바랍니다.

이 대표는 재판에 이미 두 차례나 무단 결석했습니다. 법 앞에선 누구나 평등합니다.

총선을 치르는 당 대표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사법 리스크로, 정상 업무가 어려울 거라는 예상도 진작부터 있었습니다. 다른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영국 속담이 있습니다. '오만이 앞장서면 치욕이 뒤따른다.'

겸손하고 착실하게 법정에 서는 건, 국민에게 차려야 할 최소한 예의입니다.

3월 27일 앵커칼럼 오늘 '발칙한 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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