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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민자의 비극' 美 볼티모어 실종자 모두 중남미 출신…"대피 통보도 못받아"

등록 2024.03.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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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 실종자들이 모두 이민자 출신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제때 대피하란 통보도 못 받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제기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티모어 당국은 전날 발생한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 붕괴 사고의 실종자가 모두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남미 출신의 이민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에르난데스 푸엔테스(35), 과테말라 출신의 도를리안 로니알 카스티요 카브레라(26), 온두라스 출신의 마이노르 수아소 산도발(38), 엘살바도르 출신의 미구엘 루나(40)를 포함해 총 6명이다.

카브레라와 푸텐테스는 패타스코강 수심 7.6m 아래의 픽업트럭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콰테말라에서 온 카브레라는 메릴랜드주 던독에 거주하던 주민으로 어머니를 돕기 위해 미국에 이민해왔으며 현 직장에서 3년 정도 일했다.

멕시코 출신의 푸엔테스 또한 볼티모어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당국은 전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 산도발은 약 20년 전 온두라스를 떠나 미국에 정착했으며, 고향의 청소년 축구팀을 후원할 정도로 축구팬이었다.

산도발의 형은 AP 인터뷰에서 "8남매 중 막내인 산도발은 합법적인 거주권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고 올해 중 온두라스로 돌아와 관련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었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생환) 믿음 뿐이지만, 최악의 결과를 듣게 된다면 그의 시신을 온두라스 고향으로 옮겨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출신의 루나도 세 아이의 아버지로 축구 팬이었으며 19년 넘게 메릴랜드에 거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2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볼티모어 당국은 실종자 6명 중 수습된 2명의 시신 이외에 나머지 4명의 시신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6명은 모두 미국 건설 회사 브라우너 빌더(Brawner Builders) 소속 건설 노동자들로, 사고 당시 대교에 난 포트홀을 메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당국의 긴급 경고를 받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싱가포르 화물선 '달리호'는 선체의 동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당국에 조난 신고를 했다.

이에 당국은 다리 인근 교통을 통제해 대형 참사를 면했다.

하지만 당시 다리 위에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던 이민 노동자들에게는 경고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볼티모어저널의 편집장 막시밀리안 알바레즈는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리 위의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비상 상황을 위한 직통 전화선이 왜 없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아침에 수월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이민자들이 밤에 도로의 구멍을 메우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우리 안의 인간성을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종자들의 모국 정부도 비통함과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우리 국민 3명 중 2명이 볼티모어 사고로 실종된 상태"라며 "1명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어 이번 비극을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또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은 모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미국에서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서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며 "이주민들은 미국의 일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정치인들로부터 지금 같은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과테말라 정부도 자국민 2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은 X 계정에 "메릴랜드 주재 과테말라 영사에게 우리 국민에 대한 수색 상황을 면밀히 살필 것을 지시했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저는 실종자와 그 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적었다.

알렉산드라 힐 티노코 엘살바도르 외교부 장관과 온두라스 역시 각각 자국민 1명이 볼티모어 다리 위에서 일하다 실종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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